백두산 일대는 적어도 약 2840만 년 전부터 화산 분화가 있었고, 지금으로부터 100만 년 전까지 대지의 갈라진 틈새를 따라 현무암이 분출됐다. 용암이 여러 차례 분출되면서 이 일대에 개마용암대지가 형성됐고, 경사가 완만한 돔 모양의 순상화산체(shield volcano)도 만들어졌다. 특히 946년과 947년의 대폭발 당시 성층화산체의 상층 부분이 함몰되면서 거대한 호수인 천지(天池) 안의 3개 분화구 중 2개가 이 당시 만들어졌다. 우리가 알고 있는 백두산의 모습이 완성된 것은 불과 1000여 년 전이라는 얘기다.
946년과 947년 백두산이 폭발할 때의 ‘화산폭발지수(VEI:Volcanic explosivity index)’는 7.4이며 화산재는 100~150㎦로 추정된다. 이것은 역사시대, 즉 지난 2000년간 지구상에서 일어난 화산 폭발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것이다. 기원후 61년 폼페이를 최대 두께 6m로 순식간에 매몰시킨 베수비오 화산이 품어낸 화산재의 양은 2㎦로, 백두산은 베수비오 화산 50~75개가 터진 것과 같은 규모이다. 화산재가 10~15㎝ 두께로 쌓이면 건물 지붕이 무너질 정도로 위력적이며 1cm만 덮여도 농작물은 치명적 피해를 입는다. 또한 마그마에 포함된 다량의 불소는 유독가스가 되어 사람과 가축을 질식시킨다.
중국 측은 1000년 백두산의 분출을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불화수소 약 2억 톤과 아황산가스 2300만 톤이 함께 분출되어 편서풍을 타고 북한의 함경도를 거쳐 초속 120m(시속 400㎞)로 이동해 발해의 동경, 중경 인근과 1000㎞ 이상 떨어진 동해에는 약 10㎝, 일본의 아오모리와 홋카이도 남부는 약 5㎝, 그리고 혼슈섬 아키타와 도마코마이 등 광대한 지역에는 이보다 낮은 두께의 화산재가 쌓였다. 그러므로 백두산의 폭발로 백두산 인근(발해의 멸망요인으로도 추정)의 북한과 중국 일부 지역, 일본은 직접적인 타격을 입지만 한반도의 직접적인 피해는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대형 폭발인 경우 화산재의 피해는 전지구급이다. 1883년 인도네시아의 크라카타우 섬에서 쏟아진 화산재는 지구 대기 온도를 0.5도나 떨어트려 각지에서 심각한 피해를 일으켰고 지구 대기 온도가 정상으로 회복되기까지 5년이나 걸렸다. 백두산의 경우 20억 톤이나 되는 천지의 물이 넘쳐 대홍수가 발생할 수 있으며 한반도에 생태계 변란, 토양 침식, 호흡기 질환 등 악순환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큰 틀에서 백두산의 화산재가 한반도에는 거의 떨어지지 않는 등 절묘한 위치 덕분에 직접적 피해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 자체를 부정할 일은 아니다.
한국인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언제 폭발하느냐인데 이 질문에 대한 답은 학자들에 따라 다르다. 백두산이 활화산이므로 폭발 주기가 10년 이내로 임박했다는 설도 있지만 백두산이 폭발한다는 것이 사실일지라도 ‘아직은 아니다’라는 주장이 대다수다. 적어도 당장은 아니라는 뜻이다.
한국인들이 우려하는 것은 북한의 핵실험이 백두산 마그마방을 자극하지 않을까이다. 2016년 9월 북한이 6차 핵실험을 벌인 함경북도 길주군 일대에서 ‘핵실험 유발 지진’이 7차례나 일어났다. 백두산과 116㎞ 떨어진 곳이다. 학자들은 핵실험에 의해 규모 7.0 이상의 인공지진이 일어나야 백두산 마그마방을 자극할 수 있다고 추정하는데 북한의 6차 핵실험이 일으킨 인공 지진의 규모는 5.7~6.3이므로 북한의 핵실험으로 백두산이 폭발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