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노스(트럼프)의 핑거스냅(중국이 합의를 깼다)에 위험자산이 재료 변했다.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원화값은 급락해 2년4개월만에 최저(원·달러 환율 상승)치를 보였고, 코스피는 3% 넘게 폭락했다. 반면 안전자산인 채권은 강세를 기록하며 국고채 5년물 금리가 환매조건부채권(RP) 7일물을 타깃으로 하는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밑돌았다.
안전자산인 엔화 강세에 재정환율인 원·엔 환율도 급등세를 보였다. 100엔당 원화환율은 10.73원 급등한 1073.77원을 기록했다. 이는 2016년 11월17일 1076.49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주식시장에서 코스피는 66.0포인트(3.04%) 폭락한 2102.01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1월15일 2097.18 이후 4개월만에 최저치다. 일일 낙폭 역시 지난해 10월11일 98.94포인트(4.44%) 급락 이후 7개월만에 가장 큰 폭이었다. 외국인은 주식시장에서 2000억 원 넘게(오후 3시40분 현재 코스피 1878억7100만원, 코스닥 431억4900만원) 순매도했다.
반면 채권시장에서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금리가 하락했다. 국고채 3년물은 0.9bp(1bp=0.01%포인트) 하락한 1.708%를, 국고채 5년물은 1.1bp 떨어진 1.744%를 보였다. 이는 한은 기준금리(1.75%) 대비 각각 4.2bp와 0.6bp 낮은 것이다. 3년물은 지난달 24일부터 역전상황이 지속됐고, 5년물도 지난달 30일(-2.2bp) 이후 처음으로 재역전됐다.
자산운용사의 한 채권운용 본부장은 “타노스의 핑거스냅이 위험자산을 재로 만들었다”고 전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미 플로리다주 패너마시티비치 유세장에서 가진 연설에서 “중국이 합의를 깨뜨렸다(broke the deal)”고 언급한 것이 충격을 줬다. 이번주 결과가 발표될 미중 무역협상이 결렬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며 대내외적으로 안전자산선호 심리가 확산했다.
문정희 KB증권 팀장은 “작년 6월에도 미중 무역협상 불확실성에 원·달러는 1070원에서 1125원까지 5% 정도 올랐다. 지금도 연초 1125원선에서 1180원까지 5% 정도 올랐다”며 “미중 무역협상이 안될 수 있다는 점과 미국이 중국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점을 시장이 반영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원·달러 환율이 현 수준에서 더 오른다면 불안감 확산과 함께 정치적 리스크가 더 커진 때문일 수 있겠다”며 “미중 무역협상 결과를 봐야겠지만 관세인상을 하더라도 추가 협상여지를 둔다면 올 하반기 원·달러는 1150원 이하로 내려갈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반면 본격적인 자본유출이 시작되면서 원·달러가 한번에 1200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진단도 나왔다. 원화가 글로벌 현금인출기(ATM기)로서 인식되고 있다는 점에서 역외세력을 중심으로 베팅이 집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외환당국 운신의 폭이 좁다는 점도 파고드는 대목이다. 통상 4월에 나오는 미국 환율보고서가 아직 발표되고 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내일 미중 무역협상 결과를 봐야겠지만 자본유출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역외세력의 베팅도 시작됐다. 외환당국의 구두개입도 생각보다 약하다. 수급적으로도 상승을 저지할 대기매물이 공백상태”라며 “심리적인 불안까지 가세할 경우 원·달러는 한번에 1200원까지 치솟을 수 있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