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신임장관은 ‘강한 중소벤처기업부’를 기치로 내걸고 있다. 정부 내의 입지, 중기부의 행정력, 대국민 소통력 강화 등을 염두에 둔 것 같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문재인 정부의 정수리에 해당하는 핵심 부서다. 이른바 제이노믹스의 근간인 일자리 창출과 소득주도성장을 선도하는 부서로 볼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대기업 중심의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노조의 파트너인 한국경영자총연합회, 그리고 과거 우리 경제에서 주요한 역할을 해온 산업정책 입안 부서인 산업자원통상부를 경시하는 행보를 보여 왔다. 반면 중소 상공인들이 주류를 이루는 대한상공회의소를 경제계 대표 단체로 내세우는 한편 중소기업청을 부로 승격시켜 중기부의 역할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박 장관이 취임사에서 ‘강한 중소벤처기업부’를 내세우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문 정부 출범 3년 차에 들어서는 지금, 두 살 나이의 중기부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대전환을 꾀하지 않으면 장차 존립에 대한 논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중기부는 어떤 방향으로 대전환을 꾀해 나가야 할 것인가.
첫째, 중기부는 우선 정책 기획·입안 능력을 키워 나가야 한다. 중소·벤처기업에 돈을 나눠주고 감시하는 프로젝트 관리부서(중소기업청)에서 탈피해야 한다. 중기부의 올해 예산은 10조 원이 훨씬 넘는다. 작년 8조9000억 원(본예산)보다 무려 15%나 늘어났다. 이같은 증가율은 2016년 2.6%, 2017년 5.5%, 2018년 3.7%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중기부는 ‘예산 증가의 패러독스’에 빠진 듯 예산이 늘어나면서 한층 사업 관리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중기부는 과거 중소기업청과는 다르다. 중기부는 국가 정책을 입안하고, 정부 내의 다른 부서와 국회를 설득하고, 국민에게 비전을 제시하는 큰 일을 해야 한다. 그래야 중기부 장관이 국무회의에 당당히 앉아 국가 정책을 논할 수 있다.
부서의 정책 기획 능력이 떨어지면 행사(이벤트)가 많아지게 마련이다. 호화롭고 스케일이 큰 행사를 만들어 ‘글로벌’ 태그를 붙이는 전시 행정에 주력하게 된다. 이런 이벤트에 함몰되어서는 안 된다.
둘째, 일자리 창출을 넘어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겨냥한 일거리와 일꾼을 키우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실은 너무 늦었다. 그러나 중기부가 해 온 수많은 사업을 잘 정리해 보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전문가들을 모아 중기부 사업의 ‘자산 분석’을 해보는 것이다. 자신의 진짜 실력을 재평가 해보는 일이다. 그 다음엔 종래 사업에 대한 과감한 사석(捨石) 작전과 통합 작전이다. 버릴 것은 버리고, 합칠 것은 합치는 것이다.
돈을 써서 일자리를 만드는 정책에서 탈피해 나가야 한다. 예컨대 ‘판교 테크노밸리’라는 시장에서 어떤 일거리가 나오고, 어떤 인력을 필요로 하는지 들여다보면 시사점을 찾을 것이다. 테헤란 밸리, 우면동 연구개발특구, 마곡밸리, 구로·가산 디지털 단지, 성수 밸리, 상암 DMC를 잘 살펴보면 일자리-일거리-일꾼이 삼위일체로 돌아간다. 삼위일체의 고용·인재육성 정책을 전개해야 한다.
셋째, 정책의 연속성과 집합성을 확보하는 일이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모든 기술이 융합되고, 오픈 이노베이션이 상식화되고, 협업이 더욱 긴요해지는 마당에 행정편의로 세워진 부서 칸막이를 어떻게 낮출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넷째, 공장 자동화를 넘어 새로운 서비스를 만드는 서비스 혁신과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노동 혁신까지를 아우르는 제4차 산업혁명의 중기부를 지향해야 한다. 스마트 팩토리 달성 건수에만 집착하는 ‘저준위(低準位) 타깃’을 던져버리고, 산학연(産學硏)과 협력 아래 수준 높은 비전과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만 제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부서로서의 위상을 찾을 수 있다.
제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강한 중소벤처기업부는 당찬 리더십과 명확하고 짧은 로드맵이 합쳐질 때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