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3년차 김상영 주임(28)도 현대백화점 신촌점 크리에이티브존의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그가 들여오기로 한 ‘도우도우’ 굿즈(1~3만 원대) 역시 SNS 팔로우만 65만을 자랑하는 인기 캐릭터지만 온라인에서 벗어나 오프라인에서 판매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제품은 내달 10일부터 19일까지 신촌점 팝업스토어를 통해 판매될 예정이다.
밀레니얼 세대, 그 중에서도 특히 90년대 이후 출생한 신세대가 신흥 소비층으로 급부상하자 이들을 겨냥한 기업들의 맞춤형 전략이 빨라지고 있다.
현대백화점이 최근 업계 최초로 사원과 대리 직급에게 매장 운영을 전적으로 맡기는 ‘실험’에 나선 것도 밀레니얼 세대 공략하기 위해 꺼내든 카드다. 현대백화점은 이달부터 압구정 본점을 제외한 전국 14개 점포에서 20~30대 사원과 대리 직급 330여명이 브랜드 유치부터 매장 운영까지 책임지는 크리에이티브 존을 운영한다.
하지만 젊은 세대를 사로잡기란 이만저만 까다로운 일이 아니다. 기존에는 기업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형태였다면, 이제 더 이상의 ‘매스 마케팅’은 통하지 않는다. 이들은 누구보다 빠른 정보력으로 메시지의 진위를 가리고, 브랜드 철학에 반응한다.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 상품이 인기를 끌고, 인지도가 낮은 브랜드가 소위 대박을 터뜨리는 배경에는 이 같은 밀레니얼 세대의 성향이 자리잡고 있다.
4~5년 전부터 패션업계를 강타하고 있는 ‘어글리 슈즈’ 열풍 역시 밀레니얼 세대의 특성 덕분이다. ‘쓸모있는 것’과 ‘아름다운 것’이라는 통상적인 소비 기준에서 벗어나 20·30세대는 ‘특이한 것’에 열광한다.
‘쓰다 버려진 50만 원짜리 운동화’로 이름을 알린 ‘골든 구스’는 마치 누군가 오랫동안 신었던 것 같은 모양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제품은 한술 더 떠 신다가 신발 뒤꿈치 부분이 헤진 것처럼 테이프를 덧댄 모양으로 더욱 낡아보이는 한정판을 출시해 희소성을 높이기도 했다. 명품 운동화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발렌시아가의 ‘트리플S’ 제품도 울퉁불퉁한 모양에 발을 한층 크게 보이도록 해 패션리더들이 앞다퉈 신으며 인기를 누렸다.
휠라코리아는 ‘어글리 슈즈’ 열풍에 히스토리를 입혀 재기에 성공했다. 이 회사는 20년 전 출시한 두툼하고 투박한 디자인의 ‘디스럽터’를 2017년 다시 내놓으면서 밀레니얼 세대의 마음을 훔쳤다. 1960~1970년 유행했던 ‘레트로’ 풍의 감성에 젊은 층이 즐겨 찾는 편집샵으로 유통 경로를 넓힌 것도 먹혔다. 이 제품은 출시 이후 약 1000만 족을 판매하며 초대박 상품 반열에 올렸다. 아디다스의 히트 제품인 ‘스탠스미스’ 판매량 800만 족은 진즉에 넘어섰다.
돈만 있으면 살 수 있는 사치품을 쫓기보단 ‘구하기 어려운’ 희소성 있는 제품으로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나타내는 밀레니얼 세대를 위해 ‘덕심(오타쿠+마음(心)’을 자극하는 마케팅도 한몫한다.
이를 위해 기업들은 컬래버레이션 상품을 출시해 평범한 물건에 ‘가치’를 입히기도 한다. 최근 CJ제일제당은 Z세대 여성 소비자를 겨냥해 다양한 일러스트를 '스팸' 겉면에 디자인했다. 출시된 지 30년이 넘어 일상에서 친숙해진 스팸은 이를 계기로 단숨에 SNS에서 주목받고 있다. 40년 가까이 된 동서식품의 ‘맥심’ 역시 지난해 카카오프렌즈와 협업 제품을 내놓자 20·30세대의 열성적인 지지를 받으며 일평균 매출이 40% 이상 치솟기도 했다.
특히 ‘지금이 아니면 구할 수 없는’ 상품을 내놓는 것 역시 기업들이 즐겨 쓰는 전략이다. 이 중 스타벅스의 럭키백은 대표적인 한정판 마케팅이다. 올해 초 스타벅스 전국 매장에 판매한 ‘2019 스타벅스 럭키백’ 1만7000세트는 단 7시간 만에 완판됐다.
밀레니얼 세대는 소비 과정에서도 재미를 중시한다. ‘괄도네넴띤(팔도비빔면)’과 신세계의 ‘쓱(SSG)닷컴’은 ‘펀슈머(Fun+Consumer)’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위메프는 이같은 ‘야민정음’을 활용해 자사를 ‘읶메뜨’로 표기한 것을 비롯해 행사를 통해 “‘스띠귀’(스피커), ‘귀띠머신’(커피머신), ‘치귄’(치킨)을 비롯해 ‘공7l청정7ㅣ’(공기청정기)를 판매한다”고 표기해 이목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