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회 아르바이트 해서 번 돈으로 만화책 500권, 30만 원짜리 구체관절인형도 3~4개 갖고 있어요. 내 능력으로 키덜트족이 된 거잖아요.”(1993년생 직장인 여성)
“부모님이 맞벌이셔서 어릴 때부터 배달 음식이 익숙해요. 배달 앱은 저 같은 사람들이 키웠다고 봐야죠. 하지만 필요할 땐 비싼 호텔이나 고급 식당도 갑니다.” (1992년생 직장인 남성)
1981년부터 1996년 출생한 이들을 일컫는 밀레니얼 세대가 베이비붐 세대(1956~64년)와 X세대(1965~80년생) 이후 ‘패러다임 시프트’를 견인할 새로운 경제 세력으로 등장했다. 특히 밀레니얼 세대 중에서도 ‘스마트폰 세대’인 1990년대생이 사회에 진출하기 시작하면서 이전 세대와는 확연히 다른 문양의 라이프스타일과 소비행태를 추구하고 있다. 중국에서도 바링허우(80년대생)에 이어 주링허우(90년대생)로 급속히 세대교체가 일어나고 있고, 미국 역시 밀레니얼 세대와 함께 1990년대 중반 이후 태어난 Z세대에까지 주목하는 상황이다. 임홍택 씨는 지난해말 펴낸 ‘90년생이 온다’에서 초간편, 기승전‘병맛 ’, 솔직함, 투명성, 초연결, 개인주의 등 90년대생의 특성이 기업의 흥망성쇠를 좌우할 것으로 봤다. 임 씨는 “90년생은 변화한 사회 트렌드와 소비자의 특성을 대변하는 존재”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들은 앞의 사례에서 보듯 이전 세대와 확연히 다른 소비 생활을 하고 있다. 이들은 IMF외환위기와 글로벌 경제위기를 겪은 부모 세대를 보고 자라 회사에 충성하지 않는다. 대신 복잡한 세상에서 나만의 소소한 즐거움을 찾는게 중요하다. 회사에서 공정하고 투명한 조직문화를 요구하며, 회사 점심 시간도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 ‘혼밥’하기도 한다. HMR(가정간편식)·배달음식 등 간편함을 선호하지만 호텔이나 고급식당, 호캉스, 해외 여행 등 나를 위한 ‘스몰럭셔리’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 반면 소비자를 속이고 호갱 취급하는 기업의 제품은 배제한다. 하루 종일 온라인과 연결돼 있는 디지털 세대인 이들은 문제적 기업에 연대의식을 표출하고, 맘에 드는 상품이나 재미있는 마케팅은 SNS로 퍼나르며 공유한다.
구매력을 갖추게 된 90년대생들은 개인 취향을 더욱 세밀화해 즐긴다. 여행, 가구인테리어, 식도락 등은 이들에게 엔터테인먼트이자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인 이들은 전문잡지를 펼쳐보던 이전 세대와 달리 SNS 등 디지털이 이들의 주된 플랫폼이다. ‘집 꾸미기’란 쇼핑몰이 운영하는 자체 페이스북 계정은 ‘좋아요’ 106만을 넘기며 기숙사에 들어가거나 자취방을 꾸리려는 20대들 사이에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소유보다 공유를 선호하는 이들 세대는 카셰어링, 렌털 등 공유경제를 확장하고 있다. 월 정액 독서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앱인 ‘밀리의 서재’에 따르면, 전체 회원 중 2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40%, 30대까지 포함한 2030세대의 비중은 7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명인이 책을 요약해 핵심만 30분 내외로 읽어주는 ‘리딩북’과 책 내용을 만화로 쉽게 풀어서 읽어주는 ‘밀리 웹툰’ 등이 특히 인기다.
취향에 아낌없이 투자하지만, 이들 세대에게도 딜레마가 있다. 소규모 자본으로 안전지향의 선택을 추구하느라 오히려 몰개성화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 신발 컬러 뭐가 좋아요? 흰색이 좋나요, 빨간색이 좋나요?’ 등의 질문이 넘쳐난다. 젊은층 사이에서 다양하게 쓰이는 ‘ㅍㅌㅊ(평타치)’란 유행어가 이를 나타내는 말이다.
제일기획 자회사 펑타이코리아 최원준 지사장은 “현재 기준으로 90년대생은 이전 세대보다 부유하지 못한 첫 세대다 보니 평균에 수렴하는 선택을 추구하는 것”라면서 “팽창사회를 지나온 4050세대가 수축사회에 태어나 자란 밀레니얼 세대를 자신의 기준으로 바라보면 쉽사리 ‘꼰대’가 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