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전날 밤 “EU가 프랑스 항공·방산업체인 에어버스에 보조금을 지급해 미국이 약 112억 달러(약 12조 8049억 원)의 피해를 봤다”며 항공기와 헬리콥터를 비롯해 스키복, 오토바이, 치즈, 와인, 농산물 등 EU 제품에 고율 관세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러한 움직임은 최근 세계무역기구(WTO)가 미국이 보잉 항공기 생산에 불법적으로 보조금을 지급했다고 판결한지 얼마 안된 시점에 나타난 것이라며 해당 판정이 미국 관리들을 격분케 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 항공기 산업을 대표하는 보잉을 구하고자 EU와 관세 전쟁을 벌이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USTR는 성명에서 무역법 301조를 근거로 들며 “EU는 WTO의 지적을 수용하고 에어버스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중단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고율 관세를 부과할 EU 제품을 선정하는 절차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1974년 만들어진 무역법 301조는 무역상대국의 불공정한 무역 관행에 대해 미국 대통령이 단독으로 해당국과 협의 및 제재를 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중국에 부과한 고율 관세도 해당 법을 근거로 진행됐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도 성명에서 “이번 조치는 미국이 WTO에 제소한 뒤 14년간 진행된 결과에 따른 것”이라며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WTO 규정에 위배되는 모든 보조금을 없애고 EU와 합의에 도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EU가 보조금을 폐지하면 관세를 바로 철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관세 대상에는 EU에서 수입하는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도 포함된다.
미국은 2004년에 처음으로 EU의 보조금 지급으로 피해를 입고 있다며 WTO에 제소했다. WTO의 조사 결과, EU는 1968년부터 2006년까지 에어버스에 총 180억 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EU가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지 않자 미국은 2012년에 또 WTO에 이 문제를 제기, 지난해 5월 EU 보조금이 자국 산업에 미친 영향을 조사한 보고서를 받아냈다.
블룸버그는 에어버스 항공기 A35 XWB, A380에 대한 EU의 보조금으로 인해 보잉이 제작하는 보잉787, 보잉747의 매출이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는 내용이 보고서의 골자라고 소개했다. 보고서는 또 보잉의 EU, 아랍에미리트(UAE), 호주, 싱가포르, 중국, 한국에서의 시장 점유율이 크게 떨어진 점도 지적했다. 미국의 이번 고율 관세 부과 검토는 해당 보고서를 계기로 추진하게 된 것이다.
EU는 WTO에 미국이 추산한 피해액 112억 달러가 부풀려진 것이라며 이의를 제기한 상태다. 조정 심리를 진행 중인 WTO는 에어버스 보조금으로 미국이 입은 정확한 피해액은 올여름 발표될 것이라고 전했다.
8일 보잉 주가는 전일 대비 17.41달러(4.44%) 급락한 374.52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에티오피아 여객기 추락사고 이후 보잉 주가는 약 11%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