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동차시장 정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현대기아차의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수익성 악화와 환경규제 부담에 미국의 관세부과 리스크까지 향후 부정적인 요소들이 첩첩산중으로 가로놓인 탓이다.
28일 나이스신용평가와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최근 가동률 하락과 고정비 상승 등의 영향으로 수익성 저하가 심화되고 있다.
EBIT(이자및세전이익) 마진율을 보면 현대차는 2015년 7.1%에서 2016년 4.8%, 2017년 3.5%에 이어 지난해 1.4%까지 떨어졌다. 이 기간 기아차도 4.8%에서 2.1%로 하락했다. 모두 지난해 경쟁사 평균(3.7%)을 한참 밑도는 수치다.
2013년과 지난해 합산실적을 비교하면 EBIT는 9조5900억 원에서 2조2200억 원으로 7조3700억 원 급감했다. EBIT마진은 8.0%에서 1.7%로 6.3%포인트(p) 급락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시장의 성장 둔화와 비우호적인 산업환경은 판매량 확대와 수익성 개선을 제한하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자동차 수요는 전년 대비 0.5% 감소했다. 올해도 0~1% 수준의 낮은 성장률이 지속될 전망이다.
2월까지 미국과 유럽, 중국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다수의 완성차업체가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이같은 수요둔화는 가동률 저하와 고정비 부담 증가로 수익성을 저하시키고 있다.
환경규제 강화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유럽연합(EU)은 2021년까지 배기가스 배출규제를 미충족하는 완성차업체에 벌금을 부과할 계획이다.
이에 13개 메이커 중 8개사가 기준을 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기아차의 예상 벌금액은 3억 유로(약 3800억 원) 규모다.
EU는 2021년 기준에서 2025년까지 15%, 2030년까지 37.5% 추가 감축을 결정했다. 미국과 중국, 인도 등 주요 시장도 배기가스 규제를 지속적으로 강화할 예정이다. 이는 친환경차 생산설비 확대와 관련기술 확보 등 원가상승의 요인이 된다.
자율주행차와 공유차 등 모빌리티 서비스 확산으로 차량 소유의 필요성은 선진국을 중심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이에 미래 자동차 기술 선점을 위한 연구개발(R&D)과 인수합병(M&A) 등 투자경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미국의 관세 부과는 향후 주요 리스크로 부각되고 있다. 수입차에 25% 관세를 부과할 경우, 지난해 전체 수출량의 27%를 미국에서 거둔 현대기아차는 직격탄을 맞게 된다.
앞서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이런 상황을 고려해 현대차와 기아차의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강등한 바 있다. 무디스는 Baa1 등급은 유지했지만,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국내 신평사인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 나신평 역시 현대기아차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렸다.
최재호 나신평 기업평가본부 수석연구원은 “현대기아차가 현 수준의 사업실적과 경쟁지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 경우 신용도 하락 가능성은 높다”고 암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