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열발전이 2017년 포항 지진의 ‘주범’이라는 정부 조사의 불똥이 ‘울릉도 에너지 자립섬’ 사업으로 튀었다. 에너지 업계 안팎에선 사업 청산이 불가피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20일 한국전력 등에 따르면 에너지 자립섬 사업자인 ‘울릉에너피아’ 주주사들은 다음 달 이사회를 열어 사업 청산을 심의한다. 에너지 자립섬 사업의 핵심인 지열발전 사업이 정부 조사로 ‘사형 선고’를 받았기 때문이다.
정승일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이날 “(포항 외)여타 지열발전 추진은 신중하게 검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미 한전과 경상북도, 울릉군 등 대부분이 청산에 찬성하고 있다. 사업 중단에 따른 적자가 늘고 있어서다. 지난해 울릉에너피아의 영업 적자는 58억 원이 넘는다. 에너지 자립섬 사업은 울릉도 전역의 모든 에너지원을 2026년까지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사업이다. 사업사 울릉에너지피아는 한전과 LG CNS, 경상북도, 울릉군 등이 2014년부터 총 171억 원을 공동 출자해 설립했다. 산업부 등 정부 부처도 ‘에너지 신산업의 결정체’라며 에너지 자립섬 사업에 힘을 실었다.
에너지 자립섬 계획의 핵심이 지열발전이었다. 섬 전체 에너지원(19.2㎿)의 63%(12㎿)를 지열발전으로 충당한다는 게 한전 등의 구상이었다. 때문에 포항 지진과 지열발전 간 연관성 문제가 불거진 직후 사업 전체가 멈춰 섰다. 여기에 사업 시작을 전후해 국제 유가가 하락하면서 신재생에너지의 경제성도 떨어졌다.
주주사는 ‘울고 싶은데 뺨 때려준 격’이라는 입장이다. 한전 관계자는 “울릉도에서 지열발전 사업은 못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며 “사업 청산 쪽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나머지 발전원도 사정이 여의치 않은 데다 외부 자금을 조달해야 사업을 진행하는 상황에서 지진이 나고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토로했다.
울릉도 에너지 자립섬 사업이 사실상 좌초하면서 인천 덕적도, 전남 조도 등 다른 에너지 자립섬 사업도 악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울릉도 사업이 국내 에너지 자립섬 사업 중 규모가 가장 컸기 때문이다. 산업부 등도 화석연료 완전 대체에서 신재생에너지와의 비중을 조정하는 쪽으로 에너지 자립섬 사업의 초점을 옮기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