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징계 받은 인물 재추천…시장 공감 얻는 노력 부족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현대자동차그룹과 삼성그룹의 최근 사외이사 선임안에 대해 엇갈린 평가를 내놨다. 올해 주주총회에서 현대차그룹은 이사회 개방성을 끌어올리며 주주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수용한 반면, 삼성그룹은 그렇지 못 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14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올해 주총에서 두 회사가 제안한 사외이사 선임안에 대해 이 같이 평가했다.
먼저 현대차그룹에 대해선 그룹 측과 엘리엇 측의 표 대결을 전제하면서도 “현대차는 자신의 시각보다는 사외이사 후보를 시장에서 어떻게 평가할지 고려해 제안했다는 점에서 과거 한국 기업보다 진전된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특히 “주총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이런 변화는 한국 자본시장의 비가역적 변화를 보여주는 단적인 증거”라고 평했다.
반면 삼성그룹에 대해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혐의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이들을 다시 사내이사와 감사위원으로 추천했다”며 “법률적으로 확정판결이 날 때까지 기존 입장을 바꾸기 어렵다는 점 등 사정은 이해하지만, 시장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노력을 좀 더 적극적으로 해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차그룹과 엘리엇의 배당 이견에 대해선 “모든 의결권자문행사기관이 배당안건에 관해 회사 측에 찬성했다”며 “엘리엇이 너무 무리한 카드를 내놨다고 시장에서 평가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선임안건에 대해서는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며 판단을 유보했다.
한편 김 위원장은 11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한국문화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현재 진행 중인 구글에 대한 조사 대상이 궁극적으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의 번들링(묶음 판매)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그는 “구글은 검색서비스 시장에서 압도적인 위치를 이용해 다른 서비스에 마켓 파워를 전이하는 문제가 있다”며 “나머지 하나는 안드로이드OS와 관련한 번들링 문제”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이 구글 조사의 방향성을 간접적이나마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