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미숙의 참견] 과학기술 우수연구원 ‘정년 연장’의 허실

입력 2019-03-0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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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대 부산파워반도체랩 초빙교수

정부출연연구소(출연연)에 근무하는 연구원의 정년은 당초 65세로 정해져 있었으나 1998년 9월 기획예산위가 정부출연연 직원의 정년 단축을 포함한 ‘정부출연연별 경영혁신 추진계획 및 실적’을 발표, 그 이듬해 12월 시행된 ‘정부 보조기관 등 경영혁신 추진계획’으로 정년이 61세로 단축되었다.

그러나 정년·연봉·근무여건 및 연구 분위기, 사회적 인식 등으로 출연연 연구자들의 사기가 저하되고 인력 유출 문제가 날로 심각해졌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2010년 과학기술 출연연 발전 민간위원회(민간위)는 단축된 정년을 대학교수와 동일한 65세로의 환원뿐만 아니라 연구자의 대우를 동일 경력을 가진 대학 교수 수준으로 개선하고 우수 연구자에게는 대학의 ‘테뉴어 제도’를 적용할 것을 제시했다. ‘테뉴어’란 ‘종신 재직권’이라는 의미로 대학 교수의 평생 고용을 보장해주는 제도이다. 정치적 외압이나 대학 당국의 해고 위험 없이 자유롭고 양심적으로 학문을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한다는 취지에서 생겨났다. 교수로 임용된 뒤에는 일정 기간 연구 실적과 강의 능력 심사를 통해 결정된다.

민간위는 특히 정년 환원 등 제도개선 사항의 조속한 추진을 건의하였다.

이에 따라 2011년 교과부, 국과위는 ‘과학기술분야 우수 연구인력 정년연장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였고, 2012년 6월부터 출연연의 우수 연구 인력에 한해 정원의 10% 이내 범위에서 정년을 61세에서 65세로 연장하는 제도를 시행해 왔다. 정년연장 우수 연구원에게는 임금피크제가 적용되어 연장 기간 61세 급여의 90% 수준을 지급하는 것으로 정하였다(기초기술연구회·산업기술연구회, 2012).

이렇게 시행된 출연연 우수 연구원 정년 연장 제도도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첫째, 연구소가 자율적으로 우수 연구원 선발 기준을 정하지만 때때로 임의의 기준에 따라 우수 연구원을 선정한다는 점이다. 연구실적 평가가 우선시된다. 하지만 국가 과학기술 및 기관 발전 기여도를 우선적으로 적용하는 경우도 있어 연구소별로, 또는 당시 경영진의 의지에 따라 정년연장의 기준이 바뀌는 예측 불가능한 제도가 된 것이다.

둘째, 정년연장이라는 좋은 제도에 임금피크제를 적용하여 65세의 경우 60~70% 수준의 임금을 지급받게 되는 시스템으로, 당초 ‘대학 교수와 동일한 수준의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던 민간위의 의도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는 점이다. 정년연장을 선호하지 않는 우수 연구자들이 많이 생겨난 이유이기도 하다.

셋째, 출연연의 정년 환원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정부가 꺼내 든 카드가 우수 연구원 정년연장제도이다. 우수 연구원에 한하여 정년 연장을 시행하는 소극적인 대안은 평생 연구에 몰두해 온 연구원들의 자존심을 저하시키고 평가 기준을 맞추기 위하여 연구원들이 장기적인 연구에 몰입할 수 없는 환경을 제공하게 된 것이다.

출연연의 역할론이 재부각되면서 R&R(Role and Responsibility) 재정립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시점에서 국가와 국민이 필요로 하는 성공적인 연구개발에는 장시간 훈련받은 전문 인력의 안정적인 확보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우수 연구원 정년연장제도가 아닌 정년 환원에 대한 숙고가 필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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