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20단독 권희 부장판사는 14일 성폭력 범죄 처벌법상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혐의를 받는 최 전 회장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80시간의 성폭력치료강의 수강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최 전 회장이 위력을 사용해 여직원을 성추행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대학을 갓 졸업한 사회초년생으로, 피고인이 마련한 식사자리를 거절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피해자는 명시적으로 요구를 거절하면 불이익을 입을 수 있다는 생각에 대등한 위치에서 의사 결정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피고인은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못하는 점을 이용해 위력을 행사했다고 판단된다”며 “피해자가 피고인을 따라 호텔로 가다가 여성들을 보고 마지막으로 용기를 냈다는 진술은 납득이 된다”고 덧붙였다.
또 “피고인은 피해자의 업무상 고위 감독관으로서 피해자를 주말 식사 자리에 나오라고 한 뒤 추행을 범해 책임이 무겁다”며 “피해자 의사와 무관하게 적지 않은 돈을 주고 합의한 점, 피해자 탓으로 돌리며 책임을 회피한 점 등 범행 후 정황도 좋지 않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다만 피해자가 처벌의사를 철회한 점은 유리한 사정으로 고려됐다.
최 전 회장은 2017년 6월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일식집에서 여직원 A 씨와 식사하다가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하고 인근 호텔로 끌고 가려고 한 혐의를 받는다.
사건 이후 A 씨가 호텔에서 도망쳐 나와 택시에 타려 하자 최 전 회장이 뒤쫓아 나왔다가 근처에 있던 여성들에게 제지당하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이 공개돼 비난이 일기도 했다. A 씨는 여성들의 도움으로 택시를 타고 현장을 빠져나와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전 회장은 이 사건이 알려지자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A 씨는 사건 발생 이틀 뒤 최 전 회장 변호인 측의 요구와 2차 피해를 우려해 고소를 취하했다. 그러나 경찰은 성범죄의 경우 피해자가 고소를 해야만 수사할 수 있는 친고죄가 아니라서 최 전 회장에 대한 수사를 진행했다. 당초 경찰은 최 전 회장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이 피해자와 합의한 점 등을 이유로 영장을 반려하고 불구속 수사를 지시했다.
재판이 시작된 이후 검찰은 최 전 회장이 A 씨 아버지와 합의한 점과 관련해 “피해자는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원한다고 분명히 밝혔기에 합의했다는 점은 선고에 반영되지 말아야 한다”며 “합의는 수사를 막으려는 방편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최 전 회장 측은 “목격담이 급속도로 유포되자 상황에 부응하기 위해 합의가 진행된 피고인을 무리하게 수사했다”며 혐의를 부인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