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지도 플랫폼 개발업체 다이내믹맵플랫폼(DMP)이 미국 제너럴모터스(GM) 산하 지도 데이터 제공업체 ‘어셔(Ushr)’를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13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인수 규모는 약 200억 엔(약 2026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DMP는 도요타와 혼다, 닛산, 마즈다 등 일본 자동차 대기업 대부분과 민관 합동 펀드 산업혁신기구(INCJ) 등이 출자해 만든 업체다.
GM은 매각 후에도 어셔와 장기 사용계약을 맺고 있으며 다시 출자할 가능성도 있어서 사실상 미·일 연합이 제휴한 것이라고 신문은 설명했다. 특히 미국 시장을 선도하는 구글과 정부 주도로 개발을 진행 중인 중국 세력에 대항하고자 미·일 연합이 형성됐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이들에 제대로 맞서려면 고부가 가치의 기술·서비스 분야에 경영자원을 집중해야 한다는 판단으로 이번 인수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지도 플랫폼은 도로 폭과 표지판, 입체 교차로 등 다양한 정보를 고정밀의 3차원 데이터로 구성해 자율주행차량의 핵심이 된다. 미국과 일본이 서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교환해 지도의 정확성과 효율성을 높일 의도다.
이번 딜(Deal)은 GM의 주도로 성사됐다. 당초 DMP는 지난해 어셔 인수전 당시 자사보다 높은 가격을 부른 다른 입찰자가 있어서 반쯤 포기한 상태였다. 그러나 어셔 최대 주주인 GM이 사모펀드인 경쟁 컨소시엄을 배제하고 일본 연합인 DMP와 지난해 9월 말 협상을 재개하도록 했다.
미국 자동차 업체 중 가장 자율주행에 적극적인 GM은 아직 일본시장 점유율은 높지 않다. 그러나 향후 자율주행 시대가 오면 여기에 필수적인 지도 데이터를 공유한 상태에서 일본시장 공략이 수월해진다. 일본 업체들도 구글이 주도하는 북미 자율주행차량 시장에서 GM이라는 든든한 원군을 얻게 됐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 산하 웨이모는 세계 최초로 자율주행차량을 상용화한 것은 물론 현재 운용 차량이 6만 대를 넘었다. 구글맵을 탑재한 스마트폰을 자동차 내비게이션 대신 쓰는 사람들도 늘어가고 있다. 구글은 또 지도 데이터 부문에서 피아트크라이슬러오토모빌(FCA)과 제휴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정부가 데이터 보호주의를 바탕으로 자국 기업의 지도 개발을 독려하고 있다. 알리바바와 바이두, 텐센트 등 중국 IT 3강인 ‘BAT’가 모두 지도 데이터 개발에 나선 상태다. 중국 정부는 자율주행차량 규제를 급속히 완화하고 있지만 공도 주행시험은 기본적으로 자국 기업에만 허용하고 있다.
유럽 세력도 자체적인 지도 플랫폼 구축에 나선 상태다. BMW와 다임러, 아우디 등 독일 자동차 업체들은 지난 2015년 노키아 산하 지도앱 업체 ‘히어(HERE)’를 25억5000만 유로(약 3조2409억 원)에 공동 인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