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초등학교 5·6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연간 17시간 코딩 교육이 의무화된다.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는 이미 2018년부터 소프트웨어 교육을 강화했는데 중학교에서는 ‘정보’ 과목을 선택에서 필수로, 그리고 고등학교에서는 심화선택과목에서 일반선택과목으로 변경되었다. 이러한 코딩 교육 강화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 되는 기술들이 대부분 코딩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래 사회변화에 대한 선제적 대응으로 이해할 수 있다.
실제 미국과 같은 소프트웨어 강국들도 우리보다 먼저 정규교육 과정에서의 코딩 교육을 강화하였다. 미국은 워싱턴을 비롯하여 텍사스 등에서 고등학교 제2외국어를 코딩 교육으로 대체하였다. 영국은 2014년부터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의 정규과정에 소프트웨어 교육을 필수로 하고 있으며 프랑스도 2016년부터 소프트웨어가 중학교 정규 과정에 편입되었다. 에스토니아, 핀란드, 스웨덴에서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코딩 교육을 받고 있다.
코딩은 C언어를 비롯해 자바, 파이썬 등 컴퓨터 언어로 프로그램을 만들어 필요한 일을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가 제2외국어를 배우듯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를 배운다고 볼 수 있다. 각각의 컴퓨터 언어는 문법의 차이가 있을 뿐 기본적으로 만들고자 하는 프로그램의 구성요소 및 구조는 유사하다. 다시 말해, 하나의 언어에 익숙해지면 다른 언어를 학습하는 데에는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
바로 이러한 측면이 초등학교 코딩 교육을 가능하게 하는 요소라고 볼 수 있다. 직접 코딩하는 교육을 하기보다는 코딩의 기본이 되는 구성요소를 시작으로 논리를 확대해 나가는 방법을 단계적으로 학습하는 것이다. 바로 창의성 향상 교육인 셈이다. 사실 일반 대학생들도 이해하기 쉽지 않은 C언어나 자바를 초등학생들에게 이해하도록 요구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연간 17시간은 초등학생이 하나의 프로그램 언어를 배우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을 대응하기 위한 국내 대학 교육은 어떨까? 대학은 일반적으로 초중고에 비해 교과과정 개편이 자율적인 편이라 KAIST를 비롯해 많은 대학들이 이미 전교생에게 필수적으로 소프트웨어 과목을 수강하도록 하고 있다. 여기에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그리고 블록체인 등 4차 산업혁명 제반 기술 관련 과목들을 신설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데이터 과학 학과, 블록체인 학과 등 특성화 전공 또는 특수대학원을 개설하고 있다.
MIT, 버클리, 카네기 멜론, 미시간 등 미국의 유명 대학들도 소프트웨어 교육 강화는 물론, 인공지능 및 데이터 과학 교육을 일찌감치 시작하였다. 특히 MIT는 최근 AI칼리지를 만들어 모든 학생에게 AI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이들 대학들의 데이터 과학 교육은 단일 전공에 국한하지 않고 컴퓨터, 경제, 통계, 예술, 문화 등의 융합 전공으로 진행하면서 전공 불문 모든 학생이 들을 수 있는 강의를 제공하고 있다.
얼핏 우리나라도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4차 산업혁명 대응을 위한 교육과정 체계가 잡히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여전히 부족한 점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초중고교의 교육 수요에 비해 전문교사가 턱없이 부족하다. 이는 부실교육에 이어 사교육 의존도가 높아질 수 있는 대목이다. 이미 최근에는 수학을 포기한 ‘수포자’가 아닌 코딩을 포기한 ‘코포자’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대학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발 빠르게 인공지능이나 데이터 과학 과목 또는 관련 특성화 전공을 개설했지만 강의를 담당할 전공자를 찾지 못하거나 수가 턱없이 부족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공 간 융합교육은 더욱 요원할 수밖에 없다. 초등학교에서부터 대학교까지 4차 산업혁명의 선제적 대응이 되는 효과적 교육을 위한 고민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