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 노조가 21일 설 연휴 직전에 예고했던 2차 파업을 철회했다. 고객불편을 초래하면서까지 2차 파업을 강행할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한 듯 싶다. 하지만 허인 행장과 노조 간의 임단협 합의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성과급 등에선 합의점을 찾았지만, 승진이 안 될 경우 호봉 승급을 제한하는 페이밴드 폐지 여부를 놓고는 여전히 신경전이다. 페이밴드는 노사 간의 가장 큰 쟁점이었다.
이날 허권 금융노조 위원장은 “중노위 사후 조정이 남았지만, 노사 간 합의 가능성이 아주 큰 상황이라 판단해 상급단체인 전국금융노조가 2차 파업 철회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국민은행 노사는 전날 밤 새로운 급여체계 도입 전까지 페이밴드의 신입사원 적용을 유보한다고 합의점을 찾았다. 이에 ‘잠정 합의서’를 교환했지만, 막판에 ‘무기한 적용’에 대해 사측이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면서 완전한 합의에는 거리를 두고 있다.
업계에서는 쟁점이 원점으로 돌아가지 않는 이상 노조가 다시 ‘파업 카드’를 꺼낼 가능성은 적다는 게 중론이다. 이미 파업에 따른 시장 변화가 명백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앞서 KB국민은행 노사를 향한 국민의 시선은 싸늘했다. 국민은행의 파업은 당초 ‘명분’의 싸움이었다. 19년 만에 열었다는 상징성은 있었지만 ‘돈만 요구하는 고액연봉자’라는 식의 비판에선 자유롭지 못했다. 지난해 국민은행은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고 따라서 노조의 성과급 요구는 부당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 논의가 이상으로 나가지 못하면서 되레 노조의 발목을 잡은 꼴이 됐다.
여론도 등을 돌렸다. 국민은행 직원은 영업 압박과 점심시간도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을 호소했지만, “그 정도의 대가를 받지 않느냐”라는 반박에 노조의 목소리는 퇴색됐다. 더욱이 노조에 대한 우호적이지 않은 사회 분위기도 작용했다. 여기에 설 연휴 고객이 가장 몰리는 시기에 맞춰 노조가 파업을 예고하면서 이들에 대한 비판은 더욱 거세졌다.
문제는 그 이후다. 노조는 ‘영업 중단’이란 강력한 무기로 사측을 압박했다. 사측과의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국민은행 노조는 큰 타격을 주지 못했다. 수많은 고객이 이미 온라인 업무에 적응한 탓이다. 사회는 이런 결과를 ‘다행’이라고 평가할 수 있지만, 노조로선 최후의 무기를 잃어버린 셈이다. 앞으로 노조는 이런 변화를 직시하고 사측과의 협상에서 어떤 자세로 나설지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국민은행 노사는 이달 23일과 28일 각각 1, 2차 중앙노동위원회 사후조정 회의를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