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세계 무대를 상대로 새로운 도전장을 던졌다. 바이오시밀러 직판 시스템을 구축해 셀트리온을 개발과 생산은 물론 유통까지 가능한 글로벌 바이오제약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것이다.
서 회장은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미디어간담회에서 “지난 1년 동안 세계 각국에서 영업을 시도하면서 직접 유통이 가능할 것이란 확신을 얻었으며, 올해 본격적인 직판 시스템 구축에 돌입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직판이 더 유리할 것으로 판단한 나라들에 대한 파트너사 재고를 4~5개월분으로 조정하면서 이미 준비 작업은 마친 상태”라며 “직판 시스템이 완성되면 국내 제약기업들이 해외로 나갈 수 있는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셀트리온은 유럽 허가를 획득한 항체 바이오시밀러 ‘램시마’의 피하주사 제형 ‘램시마SC’(성분명 인플릭시맙)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직접 유통·마케팅에 나선다. 램시마는 TNF-α억제제 가운데 정맥주사 제형과 피하주사 제형을 동시에 갖춘 유일한 바이오의약품으로, 정맥 주사의 빠른 효과와 피하주사의 투약 편의성을 모두 누릴 수 있다. 지금까지 램시마가 약 10조 원 규모의 인플릭시맙 시장을 타깃으로 했다면, 램시마SC의 출시로 총 43조 원에 달하는 아달리무맙과 에타너셉트 시장까지 조준할 수 있다.
서 회장은 셀트리온의 미래 경쟁력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셀트리온은 현재 25개 파이프라인을 확보해 2035년까지의 시장에 대비하고 있다”면서 “항체 바이오의약품은 물론 케미컬의약품까지 갖춰 1425조 원 규모의 전 세계 제약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 제품은 미국과 유럽, 캐나다 일본 등 전 세계 16% 인구를 대상으로 판매되고 있다. 서 회장은 나머지 84% 시장에 눈을 돌려 가격경쟁력을 기반으로 해당 지역 환자들의 의료 접근성을 향상시킬 계획이다. 우선 중국 시장에 상반기 중 합작법인을 세우기 위해 협의를 진행 중이다.
또한, 셀트리온은 생산 기지 다원화와 원가 절감도 추진한다. 이에 따라 12만 리터 규모의 3공장은 당초 예정대로 국내에 짓지만, 추가로 생산 원가를 가장 낮출 수 있는 국가를 찾아 24만 리터 규모의 공장을 신설할 예정이다.
이밖에 4차산업 혁명을 대비한 인공지능(AI) 원격진료 사업과 선진국의 의료 서비스 비용 절감을 위한 너싱 시스템(Nursing System·간호사 파견 서비스)도 도입할 계획이다.
서 회장은 “직판 시스템 구축에 성공하면 셀트리온은 세계적인 바이오기업 제넨텍이나 암젠 못지않은 회사로 거듭난다”며 “지금까지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일들을 해내 왔으니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서 회장은 경영에서 물러날 시기를 구체화했다. 그는 “2020년까지 바이오와 케미컬을 아우르는 글로벌 판매망을 구축하는 것이 창업주인 내가 할 일”이라며 “2020년 말 은퇴하고 회사를 전문 경영인에게 맡기겠다”고 선언했다.
한편 셀트리온그룹은 7일(현지시간)부터 나흘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투자 행사인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 참석해 램시마SC를 비롯한 차세대 파이프라인과 2019년 주요 사업 및 마케팅 전략 등을 소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