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활건강의 ‘후’가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를 제치고 국내 화장품 브랜드로는 처음으로 연 매출 2조 원 시대를 열었다.
LG생활건강은 27일 매출 마감 기준으로 올해 누적 매출 2조 원을 넘었다고 밝혔다. 국내 화장품 업계에서 단일 브랜드의 연 매출 1조 원 시대는 설화수가 먼저 열었으나 후가 그 기록을 넘어 연 매출 2조 원의 신기록을 세웠다. 더욱이 후는 매출 1조 원을 돌파한 지 불과 2년 만에 2조 원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1997년 출시된 설화수는 2015년 연 매출 1조 원을 넘어섰고, 2003년 탄생한 후발주자였던 후는 이듬해인 2016년 연 매출 1조 원을 기록했다. 이후 설화수를 바짝 쫓던 후는 2017년 연 매출 1조 4200억 원을 기록한 뒤 올해 설화수를 제치고 먼저 매출 2조 원 고지에 올랐다.
후의 매출을 소비자 판매가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3조 원으로, 이는 글로벌 톱3 화장품인 랑콤(5.3조 원), 시세이도(4.7조 원), 에스티로더(4.4조 원) 등의 브랜드와 비교할 만한 규모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LG생활건강의 한 관계자는 “후의 연 매출 2조를 이끈 것은 중국 현지에서의 매출, 국내 면세점 및 백화점 매출이 한몫했다”며 “중국에 진출한 후 매장은 현재 203개에 달하고, 중국 매출에서 후와 같은 럭셔리 화장품 매출은 90%를 차지한다. 중국 현지 매출이 높아질수록 후 매출도 높아지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후는 현재 중국, 대만, 홍콩, 베트남, 태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중국과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16개 국가에 진출해 있다. 이 관계자는 “동남아 시장에서 수요가 높은 만큼 앞으로 동남아 시장을 위주로 해외 진출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설화수 역시 중국, 홍콩,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미국, 프랑스 등 11개 국가에 진출해 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신규 진입 국가는 아직 공개할 수 없지만 향후 글로벌 사업을 더욱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 브랜드의 가장 잘 팔리는 제품 가격 차이도 이번 연 매출 성과 달성에 희비를 가른 것으로 보인다. 후에서 가장 잘 팔리는 ‘비첩 자생 에센스 50㎖는 16만5000원대, 천기단 화현 3종 세트는 30만 원대인 데 비해 설화수의 윤조에센스 60㎖는 9만원대, 자음 2종 세트는 12만 원대다.
한편 후와 설화수의 성적표는 앞서 올 3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예견된 결과이기도 했다. 아모레퍼시픽은 36%나 영업이익 감소하는 ‘어닝 쇼크’를 기록한 반면 LG생활건강은 3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