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율 급등 불가피… 김연명 靑 수석 “60~70년 뒤 나올 문제”
어떤 나라든 제도 도입 초기에는 적립식 연금을 운영할 수밖에 없다. 매달 보험료는 걷히지만, 연금을 받아갈 수급자가 없어서다. 하지만 저출산·고령화로 가입자가 줄고, 수급자가 늘면 특정 시점부터 적립금이 줄어들게 된다.
정부의 고민도 여기서 출발한다. 적립식을 유지하려면 보험료율을 대폭 올리거나 지급액 수준(소득대체율)을 낮춰야 한다. 또는 적립금 운용 수익률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 이런 조치가 없다면 지급 방식은 자동으로 부과식으로 바뀐다.
우리는 2041년부터 적립금이 줄어들 전망이다. 제3차 국민연금 재정추계에 따르면, 국민연금기금은 2041년 1778억 원으로 정점을 찍고 이듬 해부터 줄기 시작해 2057년 완전히 소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아무런 조치가 없다면 2057년 부과식으로 자동 전환된다.
하지만 2057년 부과식 전환은 부작용이 크다. 적립금이 소진되는 16년간 99.8%가 금융자산인 적립금이 연금 지급을 위해 현금성 자산으로 전환되면 국내 금융시장이 흔들릴 수 있다. 충격을 줄이려면 2041년까지 국내 주식투자 대부분을 해외 대체투자 등으로 돌려야 한다. 또 부과식 전환 이후 보험료율이 30% 내외로 급등한다. 대안이라곤 매년 막대한 재정을 쏟아붓는 것뿐이다.
독일식 지급 방식을 도입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독일의 국민연금은 보험료율이 18.7%에 달하고,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자동삭감 장치가 있다. 또 연금에도 소득세, 장기요양보험료 등이 부과돼 실질 소득대체율은 우리보다 낮다. 오히려 적립식을 유지하고 있는 일본의 상황이 우리와 비슷하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 국민연금은 적립식을 유지하거나, 부과식으로 전환하되 보험료율을 인상하거나 재정 안정화 장치를 도입해 그 시기를 최대한 늦출 수밖에 없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2057년에 기금이 소진되면 2088년 누적 적자액이 1경8000조 원가량 된다”며 “독일식으로 간다고 해도 보험료율 등을 모두 독일에 따라가야 하는데, 지금 보험료율을 올리는 것보다 그게 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과거 부과식 전환을 주장했던 김연명 청와대 사회수석도 13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적립식 전환은) 앞으로 60~70년 뒤에나 나올 문제이고, 현재 논의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