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정부에서 인터넷과 관련한 하드웨어 지원은 해주고 있지만 음란물 등에 대해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선 교육이 자리잡지 않은 현실입니다.”
홍콩 주룽(Kowloon) 반도에 위치한 맨큐 초등학교(Man Kiu Association primary school)에는 영국과 아프리카, 러시아, 한국 등 세계 각국의 학생들이 모여 있다. 이 학교가 지난해부터 디지털 인성(DQ) 교육 프로그램을 시작했다고 해 지난달 14일 찾아가봤다.
이날 만난 입슉팅(Yip Shuk-Ting) 교장은 홍콩 정부의 교육 현실과 현재 홍콩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음란물 콘텐츠에 대한 솔직한 의견을 밝혔다.
입 교장은 “홍콩 학교에서는 사이버 괴롭힘(Cyber-bullying)이 매우 흔하고 심한 편이다. 또 과거엔 학생이 메신저 앱을 통해 낯선 사람과 누드채팅(Naked-Chat)을 하는 사례까지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등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요즘 현실이 안타깝다”면서도 “아이들은 성숙하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 그런 문제를 처리하기가 힘든 만큼 학교가 앞장 서서 가르쳐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사실 홍콩 정부는 아직까지 디지털 환경에 대한 구체적인 교육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은 상태다.
그는 “교육 부분에서 디지털 환경에 대한 정부 지침은 아직 없다. 정부에서 하드웨어를 보급해주고는 있지만 이러한 모바일 기기와 인터넷을 알맞게 사용하도록 가르치는 교육은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입 교장은 그래서 자체적으로 DQ프로그램을 교내에 도입했다. 입 교장은 DQ 커리큘럼을 통해 학생들에게 △비판적 사고 △시간 관리 능력 △사이버 괴롭힘의 문제점 등을 가르치고 있다.
현재 이 학교에선 6학년만을 대상으로 DQ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데, 앞으로는 4학년부터 커리큘럼을 세워 진행할 계획이다. 입 교장은 “DQ 교육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그 의미가 크다”며 “다음 학기에는 부모들을 학교로 초대해 DQ 교육 관련 워크샵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홍콩=고대영 기자 kodae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