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경제 호황으로 수년 간 주요 자동차 업체들의 ‘성장 엔진’으로 자리 잡았다. 소득이 늘어난 수백만 명의 중산층이 차량을 구입하면서 제너럴모터스(GM)와 폭스바겐은 미국이나 유럽보다 중국에서 더 많은 매출을 기록했다.
그러나 올해 중국 경제가 성장 모멘텀을 잃고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긴장감이 높아지면서 이들 기업이 어려움에 직면했다. 폭스바겐은 9월 중국 시장에서의 판매가 전년보다 11% 가까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GM의 3분기 중국 판매는 15% 줄었다. 재규어랜드로버는 9월 중국 판매가 46% 급감한 이후 최근 영국 공장 중 한 곳을 2주간 닫기로 결정했다. 포드의 중국 내 판매량도 수개월 동안 감소세를 지속했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CAAM)에 따르면 중국의 신차 판매 대수는 7, 8월에 2개월 연속 전년 동기보다 감소했다. 또 CAAM은 올해 승용차 판매 대수가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을 바꿔 전년 대비 1%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국에서는 춘제(설날)를 준비하는 초가을부터 그다음 해 연초가 신차 판매 대목이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다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업계 관계자를 인용해 “이번 쇼핑 시즌에 대한 전망은 어둡다”고 전했다.
폭스바겐은 판매량이 줄어든 이유로 “미국과의 무역 전쟁으로 인해 소비자들 사이에 불확실성이 현저히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재규어랜드로버도 판매 감소의 요인 중 한 가지로 무역 마찰을 꼽았다.
예일 장 오토모티브포어사이트 이사는 “중국 증시의 급락으로 이 문제가 더 복잡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식 하락으로 중산층 가계의 재산이 줄면서 자동차 구매와 같이 규모가 큰 지출을 하기 어려워졌다.
특히 중국 현지 업체보다 글로벌 기업의 타격이 두드러진다. 미국 자동차 업체 판매량은 8월에 전년 동기 대비 20% 급감했는데 이는 중국 업체가 겪은 감소폭의 2배 이상이다. 중국은 7월부터 수입 승용차에 대한 관세를 25%에서 15%로 인하했으나 미국산 자동차 관세는 40%로 높였다.
대부분의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막대한 수입 관세를 피하고자 현지 파트너와 함께 중국에서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으나 해외 생산 후 자동차를 수입해 들여오는 일부 기업은 무역 전쟁의 타격을 피하지 못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모회사인 다임러는 6월 미국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대한 중국의 새로운 관세가 이익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 지적했다. BMW는 7월 미국에서 중국으로 수출하는 SUV 가격을 인상한다고 밝혔다. 9월에는 “무역 전쟁이 지속하고 있다”며 실적 부진을 경고했다. 투 러 시노오토인사이트 대표는 “중국 소비자들이 일본과 한국 자동차라는 저렴한 대안을 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컨설팅업체 트리비움은 내년에 시행될 중국 정부의 새 배출가스 규제도 일부 소비자의 차량 구입을 지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