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에 동행한 재계 총수들이 방북 ‘특별 과외’를 받았다. 특히, 이번이 첫 방북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구광모 LG 회장은 주말에도 연구원 보고를 받는 열성을 보였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과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전날 서울 종로구 삼청동 남북회담본부를 찾아 한 시간 반 동안 방북 교육을 받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구광모 회장은 일정상 실무 직원을 대신 보냈고, 최정우 포스코 회장과 김용환 현대차 부회장 등 전문 경영진도 불참했다.
이날 방북 교육은 남북 정상회담 특별 수행원들을 대상으로 마련됐다. 이 부회장과 박 회장은 조명균 통일부 장관으로부터 ‘남북 정상회담 추진 방향’을, 임동원 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으로부터 ‘역대 특별 수행원의 활동 사례’를 주제로 교육을 받았다.
또 북한에서 동상·표어 등 각종 선전물을 향해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듯한 행동에 주의하고, 김정은과 개혁·개방에 관한 언급을 자제해달라는 등의 유의사항을 전달받았다. 과거 북한과의 경제협력 사례 등에 대한 브리핑도 이어졌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 주말 차문중 삼성경제연구소장 등 연구소 박사들로부터 북한 특별 과외를 받기도 했다.
구광모 회장도 주말 과외로 바쁜 시간을 보냈다. 구 회장은 주말 서울 여의도 LG 트윈타워로 출근해 김영민 LG경제연구원 부원장 등과 북한의 정시 및 경제상황을 공부했다. 구 회장은 북한의 경제·산업 현황과 고(故) 구본무 회장 방북 당시의 자료를 보고받았다. 또 17일에는 집안 어른들에게 인사차 LS그룹 경기도 안양 사옥을 방문, 평양 방문을 앞두고 남북경협에 대한 사업적 조언과 덕담 등도 가볍게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방북 4대 그룹 경제인 중 유일하게 2007년 방북 경험이 있는 최태원 회장은 방북 주의사항과 북한 내각 부총리를 면담했을 때 나올 수 있는 예상 질문과 답변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북길에 오른 총수들은 북한 이용남 경제담당 내각부총리를 만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부총리는 무역상 출신의 북한 주요 고위 관료 중 대표적인 경제통으로 꼽힌다. 면담에서 이 부총리가 적극적인 투자와 경제협력을 요청할 가능성도 있다. 아직 미국의 대북제재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총수들의 답변은 제한적이고 신중할 수밖에 없다. 말 한마디에 회사의 주가가 움직이고, 외교적인 화제로 확대될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남북정상회담 수행단 가운데 특히, 첫 방북길에 오르는 기업 총수들의 공부 열정이 남달랐다”면서 “방북 면담에서 확답과 구체적인 논의를 하기보다는 분위기를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미래를 구상하는 등 유연한 자세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