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의 무덤’으로 변하는 실리콘밸리

입력 2018-08-31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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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들 자금 유치 어렵고 기술 개발해도 마진 적어...높은 생활비 부담 등으로 작년 유입보다 유출 인구 더 많아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 밸리의 심장 쿠퍼티노에 있는 애플 본사 전경. 쿠퍼티노/AP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 밸리의 심장 쿠퍼티노에 있는 애플 본사 전경. 쿠퍼티노/AP연합뉴스
실리콘밸리는 엔지니어링 전문성, 풍성한 사업 네트워크, 충분한 자본과 위험성을 기꺼이 즐기는 문화가 결합해 대체 불가능한 곳이 됐다. 미국 산호세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이어지는 이 지역은 세계 5대 기업 중 3곳을 품고 있다. 애플과 페이스북, 구글, 넷플릭스 등 거인들뿐만 아니라 에어비앤비, 테슬라, 우버 같은 추격자들이 실리콘 밸리를 고향으로 삼고 있다. 실리콘밸리 경제 규모는 세계를 통틀어 19번째로 크고, 이는 스위스와 사우디아라비아 국가 경제규모를 웃도는 수준이다.

그러나 최근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실리콘밸리가 전성기의 끝자락에 다다랐다는 징조가 보이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새로운 혁신으로 가기 위한 잠깐의 침체기라면 우려할 게 없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게 이코노미스트의 분석이다.

지난해 실리콘밸리 유입 인구보다 유출 인구가 더 많았다. 최근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향후 몇 년 내 실리콘밸리를 떠나겠다고 응답한 사람은 2016년 34%에서 올해 46%로 높아졌다. 많은 스타트업들이 실리콘밸리 바깥 다른 곳으로 이전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2013년 실리콘밸리 내 투자자 중 밸리 외부의 스타트업에 투자한 사람의 비중이 50%였다면, 지금은 거의 3분의 2 이상으로 늘었다.

떠나는 이유 중 하나로 세계 최고 수준의 생활비가 꼽힌다. 다른 미국 도시들과 비교해 최소 4배 이상의 돈이 든다는 주장도 있다. 스타트업들이 새 기술을 개발해도 떨어지는 이윤이 적어서 자금만 날리는 일이 부지기수다.

스타트업들이 파고들 틈이 없는 것도 문제다. 특히 인터넷 비즈니스에 종사하는 스타트업들은 알파벳, 애플, 페이스북 등 거대 기업의 그늘에 가려 자본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미국 첫 번째 분기 자금조달 라운드 횟수는 2012년에 비해 22%나 줄었다. 알파벳과 페이스북 등은 연봉 수준도 높아 스타트업들이 인력을 끌어오는 데 허덕일 수밖에 없다. 스타트업 생존 가능성이 점점 불확실해지는 이유다. 중국에서 알리바바그룹홀딩, 바이두, 텐센트가 중국 내 기업 투자 규모 중 절반을 독식하는 것과 비슷하다.

이코노미스트는 실리콘밸리가 많은 부문에 있어서 뛰어나지만, 점점 ‘백인 남성’만의 폐쇄적 문화를 구축하고 있는 것은 위험하다고 짚었다. 지난해 여성들이 설립한 기업이 받은 투자는 밸리 내 전체 투자 중 단 2%에 불과하다. 또, 미국 정부는 미국과 유럽 대학에 기초연구 투자 지원을 많이 해왔는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이와 관련한 예산은 확 줄었다. 2015년 미국 연방정부의 연구·개발(R&D) 지출은 국내총생산(GDP)의 0.6%에 불과하다.

실리콘밸리가 매력을 잃어가면서 다른 도시들이 주목받고 있다. 비영리단체 카우프만재단에 따르면 마이애미와 포트로더데일이 새로운 스타트업 창립자들이 많이 몰린 도시로 눈길을 끌고 있다. 피닉스와 피츠버그는 자율주행차의 허브가 됐고 뉴욕은 미디어 스타트업의 활동이 활발한 도시다. 게다가 실리콘밸리가 지금껏 구축한 메시징 응용 프로그램 등 선진 도구를 활용해 다른 장소의 다른 사무실에서도 효과적으로 업무를 진행할 수 있다는 점도 기업이 다양한 도시로 진출해 나가는 발판이 됐다.

실리콘밸리의 상대적 쇠퇴로 다양한 경쟁력 있는 지역들이 기술 허브로 떠 오르는 것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코노미스트는 실리콘밸리의 쇠퇴는 어느 곳이 됐든 혁신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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