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BMW 판매정지 검토해야 하는 이유

입력 2018-08-20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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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 산업1부장

#A기업은 국내 기업이다. 항공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 기업은 그동안 별다른 운행 사고가 없었다. 심각한 기체 결함이 발견되거나 엉터리 서비스를 제공한 적도 없다. 그런데 소유주가 문제가 됐다. 재벌의 딸이 소위 ‘갑질 파문’으로 국민의 공분을 샀고, 급기야 기업은 면허가 취소될 위기에 처했다.

#B기업은 굴지의 외국 기업이다. 자동차를 만드는 이 기업은 제품이 문제를 일으켰다. 자동차가 연일 불타는 화재가 발생한 것이다. 문제는 화재가 처음에는 일부 자동차에서 시작했지만, 나중에는 다른 자동차까지 확산한 대목이다. 원인이 무엇인지 정확히 밝혀진 것이 없다. 운전자들은 공포에 떨고 있지만, 정부는 이 기업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 중이다.

A기업은 한진그룹의 계열사인 진에어다. 정부는 17일 진에어의 면허를 유지한다고 발표했지만,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정부가 면허를 취소하기에는 처음부터 법적인 논쟁이 있었다. 구 항공법은 외국인 임원 재직을 면허 취소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의무 사안은 아니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는 결격 사유에 의한 면허 취소를 재량 행위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악의 상황은 모면했지만, 청문회까지 진행되면서 기업은 엄청난 타격을 받았다. 1700명의 직원은 매일 실직이라는 불안에 떨어야 했다. 신규 항공기 도입은 굳이 정부의 제재가 아니더라도 조사 자체만으로도 전면 중단됐다. 가뜩이나 경쟁이 격화한 저가항공기(LCC) 시장에서 살아남을 방법이 막막해졌다.

무엇보다 신뢰도가 추락한 것은 치명적이다. 정부 조사를 받는 동안 주가는 급락했다. 사주와 상관없는 일반 주주가 피해를 본 것이다.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의 딸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갑질 파문에 휩싸인 것이 계열사인 진에어의 면허 취소까지 검토하게 된 배경이라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결과만 본다면 정작 문제를 일으킨 대주주는 처벌받지 않았고, 정부의 무리한 조사에 기업과 주주만 피해를 본 것이다.

B기업은 BMW다. 이 기업의 제품은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연일 화재가 발생하면서 국민은 목숨까지 위협받고 있다. 늑장 대응은 차치하더라도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리콜 대상 차량의 운행정지 처분이었다. 초고강도의 조치라고 정부는 자평한다. 정치권은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겠다며 국민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

그러나 차량의 화재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리콜 대상 차량만 운행을 정지시킨다고 문제가 해결될까. 리콜 대상 차량에서도, 리콜 대상이 아닌 차량에서도, 안전 진단을 받은 차량에서도 화재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제한적인 운행 정지는 국민의 재산권 행사 제한이라는 논란만 일으킬 뿐 사태 해결 측면에서 근본적인 대책은 되기 힘들다. 자동차 업계에서 BMW의 판매정지 얘기가 나오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화재 이유가 밝혀질 때까지 문제 차종의 신규 판매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BMW가 성의 있게 화재 원인을 파악할 것이란 얘기다.

사실 소비자 피해로 본다면 영업 정지를 검토해야 할 대상은 진에어가 아니라 BMW였다. BMW는 국민의 생명까지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짜 정부가 확고한 의지를 보여야 하는 것은 이런 경우다. 국민의 생명 보호보다 정부의 더 큰 의무가 있는가.

정부가 외국 기업이기 때문에 저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만약 국내 자동차에서 이런 화재가 연일 발생했다면 정부는 어떻게 했을까. 해당 재벌 기업을 아예 해체해 버리지 않았을까.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하는 이유는 사태에 대응하는 BMW의 안이한 시각 때문이다. BMW의 한 임원이 화재 원인으로 한국 사람들의 운전 스타일을 언급한 것은 한국 소비자를 일종의 ‘블랙컨슈머’로 비하하고 있고, 사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의지가 강하지 않음을 방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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