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과의 무역 전쟁에서 절대 물러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7일(현지시간)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오는 23일부터 160억 달러(약 18조 원)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6일 340억 달러어치 에 매긴 1차 관세 폭탄에 이어 두 번째 폭탄을 던진 것이다. 이로써 애초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했던 500억 달러 규모 관세를 달성했다.
관세 대상 품목은 총 279개 종으로 6월 15일 예고했던 품목 가운데 다섯 품목이 빠졌지만, 반도체와 화학 제품 등 주요 품목은 그대로 포함됐다. 오토바이, 철도차량 등은 관세 대상에 새롭게 추가됐다.
관세 부과 조치가 사업 비용을 올려 결국 소비자들이 부담을 떠안게 될 것이라는 미국 기업들의 불만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USTR는 추가로 2000억 달러어치 중국 제품에 10~25% 관세를 물리는 안도 검토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총 5000억 달러의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매길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옥스포드이코노믹스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으로 2020년까지 양국 국내총생산(GDP)이 각각 1%, 1.3%씩 줄어들면서 글로벌 GDP도 0.7%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세계가 심각한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주요한 리스크는 없지만 1930년대처럼 무역량이 급감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 트위터에 “최근 중국 증시 하락은 관세가 효과를 나타냈다는 증거”라며 “중국과의 무역 전쟁에서 미국이 승리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중국 증시가 곤두박질치고 있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미국이 큰 이득을 보고 있는 것은 아니다. 미 의회예산국(CBO)에 따르면 지난해 관세로 인한 수입은 350억 달러로 GDP의 0.2%에 불과했으며 올해는 380억 달러로 예상된다. 다이앤 스옹크 그랜트손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관세로 인한 수입은 매우 적다”며 “관세로 인해 경제성장이 타격을 입으면서 긍정적 효과는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과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위협을 한 이래 지지부진했던 고위급 회담을 재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과 류허 중국 부총리는 협상을 재개할 방법을 모색하며 대화를 해나가고 있다. 양측은 므누신 장관이 무역 대표단과 함께 5월 베이징을 방문한 것을 시작으로 총 세 번의 공식회담을 했다. 류 부총리도 5월 말 워싱턴을 방문해 공동 성명을 내고 양국 간 무역 긴장을 완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340억 달러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면서 협상은 중단됐고, 중국은 협상에서 합의된 내용을 무효로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