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를 덮친 폭염과 가뭄으로 인해 유럽 전역에서 작물 피해가 극심하다. 특히 세계 5위 밀 수출국인 우크라이나가 공급량을 줄일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 밀값이 급등하고 있다.
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날 프랑스 파리에서 제분용 밀값은 전날보다 2.7% 오른 t당 212.75유로(약 27만9000원)를 기록했다. 이는 2014년 이래 최고치다. 미국 시카고에서 연질 동소맥은 0.4% 오른 부셸당 5.60달러에 마감해 2015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상 최악의 폭염으로 공급난을 우려하던 밀 시장은 우크라이나가 곡물 수출 제한을 시사하면서 가격 상승에 탄력이 붙었다. 우크라이나 농림식품부는 이날 페이스북에 성명을 내고 “기상 이변 때문에 공급에 대한 우려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주요 식품의 국내 시장가격 안정성을 보장하는 것이 절대적인 우선순위”라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며칠 안에 무역업자들과 곡물 수출제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농림식품부는 언론에 “엄격하고 직접적인 제분용 밀 수출 제한을 논의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우크라이나가 법 제정을 바탕으로 한 밀 수출 제한 방식보다 곡물 판매인들이 선적량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압박하는 비공식적인 방식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2010년 8월에는 러시아가 130년 만에 최악의 가뭄으로 곡물 수출금지령을 내리자 밀값이 전년보다 80%가량 폭등하기도 했다.
밀 시장은 당시의 악몽이 재현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고 있다. 켄 스타인 헤메이어트레이딩+인베스트먼트 펀드매니저는 “흑해가 세계 최대의 밀 수출 지역으로 부상했다”며 “완전 공황상태”라고 말했다. 흑해는 유럽 남동부와 아시아 사이에 있는 내해로 남쪽은 터키, 서쪽은 불가리아·루마니아, 북쪽과 동쪽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연방·조지아에 둘러싸여 있다.
국제곡물이사회는 “2018~2019년 세계 밀 생산량이 5% 감소해 7억2100만 t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밀값 상승으로 밀가루 대란이 일어나면 가계 식료품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밀은 빵과 과자, 면 등 주식에 주로 사용돼 가격이 오르면 식료품비도 함께 오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