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사실, 금융과 법률은 본질적으로 그리 친하진 않다. 금융이 역동적이고 다변적인 면이 강한 데에 반해 법률은 안정적인 면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크게 다르다. 또 금융산업은 창의적 사고를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지만 법조계는 경험으로부터 나오는 귀납적 사고방식이나 결론을 존중한다는 점에서도 분명히 구별된다.
그러므로 금융산업이나 정책에 대한 이슈가 사법 판단의 주제가 될 때, 다변적이고 여러 형태로 변화하는 금융산업에 대해 법률이라는 고정된 잣대를 들이댄다면 실체적 진실과는 다른 법률적 결론, 즉 금융산업의 특성이나 금융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왜곡된 결론이 도출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저축은행 비리에 대한 금감원 직원의 직무유기 사건이나, 금융기업의 취업 비리, 금융감독 업무에 대한 직권남용 사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재판 결과는 법리적으로는 충분히 이해되지만 금융적 특성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을 간혹 느끼곤 한다.
반대로 금융계에서는 법조직역을 잘못 이해한 나머지 증선위 대심제, 자본시장조사단 같은 사법기구도, 행정기구도 아닌 어쩡쩡한 조직이나 제도가 생겨났다. 그 결과 불공정거래 조사 처리에 많은 시간이 낭비되고 업무 중복으로 국가 경제적 손실을 야기하고 있다. 이는 금융이 법률을 잘못 이해하고 금융에는 안 어울리는 법률제도나 조직을 흉내 내려다가 생긴 일이다. 사실 자본시장조사단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엉뚱하게도 취임 후 첫 번째 국무회의에서 1호 지시를 함에 따라 만든 한시적인 조직인 데다가 금융정책 수립이라는 금융위원회의 성격과도 확연히 달라 이제는 그 존폐를 논할 때가 됐다.
이런 간극을 피하기 위해서는 금융계와 법조계가 서로를 잘 이해하고, 특히 법률적 판단이 금융산업이나 금융 현실과 괴리되지 않고 좀 더 금융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려면 금융당국과 법조직역 간 서로의 차이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상호 직역을 이해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서울남부지검과 금감원은 매년 정기적 의견 교류로 서로를 이해하는 장을 수시로 마련해왔다. 그 결과 불공정거래 조사에서 많은 결실을 맺었다. 금융계와 법원, 변호사협회도 이 같은 교류가 원활히 이뤄져 서로를 더욱 잘 이해하기를 기대한다. 춘추시대 철천지 원수였던 오나라와 월나라가 폭풍 속 한 배를 타고 지혜롭게 강을 건넜던 것처럼 금융과 법률이 동주공제(同舟共濟)의 마음으로 서로 협력해야 할 때가 됐다.
주변에서 농반진반으로 ‘금융법조인’이라고 부른다. 법조인으로서 금감원을 거친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에 그럴 수 있지만, 속칭 금융법조인으로서 법조계와 금융계 사이에 서로를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해본 적이 별로 없어 아쉽기는 하다. 이제부터라도 금융계와 법조계가 서로를 배척하지 않도록 정성을 기울릴 계획이다.
진심으로 바라는 것은, 법조직역에서 금융산업이나 정책, 금융당국의 활동에 대해 법률적 판단을 내려야 할 경우 법률의 잣대만을 들이댈 것이 아니라 금융의 역할을 정확히 이해한 후 법을 적용했으면 하는 점이다. 마찬가지로 금융계도 법조계의 역할, 특히 법치주의하에서 국가 경제나 금융산업이 존재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법규에 맞지 않는 금융제도나 금융조직을 과감히 정리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