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이달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산업은행은 7억5000만 달러(8000억 원), GM은 64억 달러(6조9000억 원) 등 71억5000만 달러(7조7000억 원)를 투입하겠다는 내용 등을 추인했다.
GM의 ‘호주 먹튀’ 사례가 있었던 만큼 우리 정부는 이를 경계했다. 올해 3월 배리 엥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이 ‘각개전투’ 식으로 정부 관계자 등을 만나며 지원을 요청할 때 우리 정부는 ‘실사’를 통해 한국GM이 정상화가 가능한지 등을 판단해 지원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일관된 목소리를 냈다. 또 GM에 대주주의 역할, 이해관계자의 고통 분담, 지속 가능한 경영 회생 방안 마련 등 3대 원칙을 고수했다. 이를 통해 GM의 먹튀를 차단하겠다는 복안이었다. 이 같은 원칙을 바탕으로 우리 정부와 GM은 한국GM 정성화를 위한 의미 있는 합의를 이뤘다.
먹튀를 방지하기 위해 최소 5년간(2023년까지) GM의 지분 매각을 제한하고, 이후 5년간(2028년까지) GM의 35% 이상 1대 주주 유지를 약속받았다. 비토권도 유지된다. 주주총회 특별결의사항은 보통주 85% 이상 찬성 시 결의 가능한데, 산은의 지분율은 17%로 특별결의사항 거부 기능을 지속할 수 있게 됐다. 제3자에게 총자산의 20%를 초과하는 자산 매각·양도 등에 대한 비토권은 지난해 10월 만료됐는데 이를 회복했다. 나름의 안전장치를 확보한 셈이다.
또 GM은 한국GM 정상화를 위한 자금도 투입한다. 연내 한국GM의 대출금 28억 달러 전액을 출자 전환하기로 했다. 이러면 연간 1500억 원 수준의 이자 비용이 절감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GM 생산성 향상을 위해 시설투자에 20억 달러를 투입하고, 영업손실 등 운영자금 8억 달러 회전 한도 대출 지원도 하기로 했다. 지속 가능한 경영 회생 차원으로 경쟁력이 있고 세계적인 수요가 있는 신차 2종도 배정하기로 약속했다.
GM의 아시아태평양 지역본부를 한국에 설치하겠다는 점도 특징적이다. 한국을 아태지역 생산·판매·기술개발의 거점으로 육성하겠다는 것이 GM의 설명이다. 이 본부는 중국을 제외한 아태지역을 총괄하는 임무를 맡는다.
중국을 제외한 점은 못내 아쉽다. 지난해 중국에서 생산·판매한 GM 물량은 각각 418만 대, 200만 대가량이다. 태국, 베트남, 인도 등 아태지역 9곳에서 판매한 지난해 GM 물량은 8만3000여 대에 불과하다.
아태지역의 판매량은 무엇을 의미할까. 과거 아태지역을 관할했던 본부가 싱가포르에 있었는데, 올해 1월 중남미 본부와 합쳐지면서 사실상 사라졌다. GM이 경영적 판단으로 중남미 본부와 통합한 뒤 7개월 만에 부활시키는 아태지역본부가 과연 얼마만큼의 의미가 있을까란 의문이 든다.
물론 미래차 개발과 생산 분야에서 핵심경쟁력을 확보하고, 한국GM의 위상이 높아질 수 있다. 하지만 아태본부의 규모, 설치 시점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GM 아태본부의 실제 ‘앙꼬’를 채우는 작업은 지금부터인 듯하다.rib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