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7월 이란 핵협상이 타결되면서 전문가들은 이란 경제에 호황이 불 것으로 기대했다. 기대 대로 이란의 외국인 투자와 외국인 관광 규모는 늘어났고, 이는 경제 회복에 도움이 됐다. 경제 제재가 해제된 2016년 이란의 경제성장률은 6.5%를 기록했다. 이는 2015년 마이너스(-) 1.6%를 기록한 것에서 반등한 것이다. 제재가 풀리면서 이란의 원유 생산량은 급증했고, 국제통화기금(IMF)은 향후 이란의 전반적인 생활 수준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당시 런던대학 동양아프리카대(SOAS)의 하산 하키미안 소장은 “사람들은 핵 협상이 가져다주는 혜택을 느꼈겠지만 가장 큰 결실은 ‘희망’”이라고 평가했다.
이란 경제는 작년부터 후퇴하기 시작했다. 작년 이란의 인플레이션율은 10%를 넘었고, 경제성장률은 3.3%로 전년과 비교해 하락했다. 이란 화폐인 리알화 가치도 고꾸라졌다. 달러 대비 리알화 가치는 지난 1년간 23%가량 떨어졌다.
IMF는 이란 경제가 올해 4.3%, 내년에 4.5%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핵협상 파기로 이러한 수치들이 비현실적이 됐다고 주장했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제이슨 투비 이코노미스트는 “IMF이 내놓은 수치는 매우 낙관적으로 보인다”며 “리알화 가치 하락은 수입물가 상승과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싱크탱크 카포의 아드난 타바타바이 최고경영자(CEO)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표로 유럽 기업들이 이란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하키미안 소장은 “많은 부분에서 좌절을 안긴다”며 “특히 젊은이들에게 큰 실망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독일, 프랑스, 영국 등이 협상을 주도해 미국의 대이란 제재를 완화할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하키미안 소장은 “이번에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와 다르다”며 “제재에 대한 합의가 없어서 미국 외의 다른 나라들이 동참할 것이라 확신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기업들은 여러 리스크를 고려해 이란 시장에서 멀어질 가능성이 크다. UBS의 존 리비 애널리스트는 “미국의 세계적인 영향력은 과소평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제재를 당하는 것에 대한 기업의 우려는 매우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CNN머니는 경제 제재 해제 이후 이란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 수는 월평균 5만 명에 달할 정도로 급격히 증가했는데 트럼프의 발표가 이러한 진전을 후퇴시킨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란 중앙은행의 바리오라 세이프 총재는 이란이 충분한 외화를 보유하고 있으며 원자재 구매 여건도 여유가 있다고 밝혔다. 전날 그는 “미국의 결정이 무엇이든, 그 결정은 우리 경제를 혼란에 빠트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