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껄끄러워야 코워크(co-work)가 된다

입력 2018-04-17 10:38 수정 2018-04-17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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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선 커뮤즈파트너스 대표이사.
▲민경선 커뮤즈파트너스 대표이사.
협업(協業),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 태스크포스팀(Task Force Team, TFT), 파트너십(partnership)…. 단어가 주는 약간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큰 테두리 안에서 보면, 서로 다른 장점이 있는 개인이나 단체가 하나의 공통된 목적을 위해 진행하는 일련의 진보된 업무형태를 말하고 있다. 코워크(co-work)라는 말도 심심찮게 쓰인다. 이 다양한 협업의 형태는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때 시쳇말로 ‘형제간에도 하지 말라’는 동업(同業)만큼이나 말도 많고, 탈도 많다. 코워크의 그늘이 짙다고 느낄 때면 그 과정 또한 ‘무진장(無盡藏)한 어려움’으로 목덜미를 잡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일단, 제각각 다른 사람들이 하나가 돼야 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일은 공통된 분모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잠재적 확신 속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사람 간의 신뢰 문제는 결국 관찰기, 잠복기, 태동기, 격랑기를 거쳐 결론이 난다. 다시금 상하(上下)의 체계가 잡히는 위계기(hierarchy-period)로 접어들든지 아니면 너 죽고 나 죽자는 파행으로 갈 수도 있다. 카리스마 있는 누군가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대화 패싱(passing)과 고성이 난무하고, 누군가 등 떠밀려 총대를 메게 되면서 다른 이는 ‘어찌 되는지 보자!’라는 식으로 뒷짐 지고 들러리를 자청하곤 한다. 일이 잘될 리가 없다. 협업의 파국이다.

필자도 십여 년간 사업을 진행하면서 여러 팀에서 우수 직원을 차출해 TFT를 구성하기도 하고, 제조업으로 경험이 많은 사업가와 제조와 경영을 분리하는 형태의 공동 사업을 해본 경험도 있다. 유능한 외부 인재(人才)와는 매출비율에 따른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협업을 하기도 했고 마케팅과 경영, 인사, 노무, 법률에 이르기까지 외부 전문가의 도움도 받아봤다. 모두 다 협업의 한 형태일 것이다.

하지만 유독 공동 사업의 형태에서만큼은 그 과정이 상당히 깊고 힘들다. 이익이라는 공동의 목적이 분명함에도 결국 파행이라는 내리막을 흔히 걷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그 이유가 ‘우선 잘되고 보자’는 식으로 객관적이고, 미래 지향적이지 못한 자신의 눈높이에서 낙관(樂觀)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다 잘될 거라는 근거 없는 믿음이 처음 시작은 즐거울는지 모르나, 일이 잘될 때는 이익의 배분 때문에, 잘 안 될 때는 실패의 원인을 떠넘김으로써 서로의 가슴에 씻을 수 없는 비수를 꽂게 만든다는 것이다.

동반 성장, 동업, 협업, 컬래버레이션, TFT, 파트너십… 모두 다 코워크라는 테두리에서 상호 이해와 존중이 우선해야 한다. 이를 위해 분업에 대한 규정만큼은 더할 나위 없이 세세하게 명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부 회사에서는 회의록을 남겨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함으로써 소통의 목적으로 활용하는데, 이를 ‘각박하다’고 느끼기보다는 ‘명료하다’로 받아들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계약서도 모호한 용어 때문에 벌어질 수 있는 해석의 차이를 최소화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작성해야 한다. 잘 해나가려면 잘 시작해야 한다. “먼저 맞는 매가 낫다”는 속담처럼 꺼내기 어려운 껄끄러운 의견일수록 초기에 꺼내는 것이 더 현명하다.

어떤 협업이든 파행으로 끝나기 전에 이를 알 수 있는 전조 징후가 있다고 한다. 그것은 바로 문제의 원인이 상대방에게 있다는 추궁이 이후 강한 확신으로 전개되면서 더 소통이 안 된다는 것이다. 혹시, 지금 누군가와 소통조차 하고 싶지 않은 생각이 있는가? 당신이 노력하지 않는다면, 파탄은 자명할 것이다. 어찌 손쓸 방도가 없는가? 그렇다면 이번 파탄이 돌이키기 힘들다 하더라도 다음에 누군가를 만나면 반드시 껄끄러운 얘기는 세세히 미리 꺼내 보자.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상대와 새로운 일을 시작해보자. 껄끄러움을 명료함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이 시대 새로운 트렌드가 될 수 있음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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