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에 대한 공포가 커지는 가운데 미국이 협상의 문을 열었다.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중국과 관세를 서로 주고받고 나서 다음 단계로 양국의 이해관계를 고려한 집중적인 협상을 모색 중이라고 보도했다.
전날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식재산권 침해와 관련해 500억 달러(약 52조9000억 원) 규모의 대중국 관세 1차 목록을 발표했다. 25%의 관세가 적용될 중국산 품목은 1300여 개에 달한다. USTR의 발표 후 만 하루도 지나지 않아 중국 국무원 산하 관세세칙위원회는 미국의 핵심 수출품인 대두를 포함해 자동차, 항공기 등 106개 품목에 보복 관세를 도입할 것이라 밝혔다. 다만 양국의 관세가 즉각 시행되는 것은 아니다. USTR은 기업들로부터 다음 달 22일까지 이의 제기를 받을 계획이며 이후 180일 동안 관세 도입을 결정할 전망이다. 중국 정부는 신규 관세의 구체적인 시행일은 추후 공표하겠다고 언급했다.
무역전쟁 공포에 이날 뉴욕증시는 장 초반 폭락했으나 G2가 협상에 들어갈 것이라는 기대감에 반등했다. 이날 다우지수는 하루 사이 510포인트 하락한 후 230포인트 반등하며 장중 고점과 저점이 700포인트 이상 차이 나는 큰 변동성을 보였다.
트럼프 정부 주요 인사들은 이날 잇따라 무역전쟁 불안감을 완화하는 발언을 내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미국은 중국과 무역전쟁을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대중국 관세가 발효되지 않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것은 단지 관세에 대한 첫 제안”이라면서 “몇 달 내에 협상이 타결돼 관세가 부과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양국은 대화 가능성도 시사했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성명에서 “중국과 서로 무역 문제를 두고 계속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중국이 미국 경제를 해칠 것이라 예상하지 않는다”면서 “미국은 제3차 세계대전에 돌입하지 않고 해결을 위한 협상의 문을 열어두었다”고 언급했다.
‘관세 폭탄’이 터지면 중국보다 미국이 더 큰 피해를 보게 된다는 점은 트럼프 행정부에 부담이다. 신규 관세가 미국의 대중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38%지만 중국은 대미 수출의 10%에 불과하다고 WSJ는 분석했다.
무역전쟁으로 타격을 입게 될 미 산업계가 활발한 로비 활동을 벌이는 점도 협상을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존 헤이스도퍼 미국대두협회 회장은 “중국의 관세가 미국의 모든 대두 농장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징벌적인 방법이 아니라 건설적인 방식으로 중국을 유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중국도 무역전쟁 불안이 확대되는 것에 제동을 걸었다. 주광야오 중국 재정부 부부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책임 있는 국제 투자자”라며 “우리는 미국 국채 보유 규모를 축소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중국이 트럼프 관세에 대한 보복 조치로 미국채를 대거 매각할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시킨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산 수입품 관세 조치가 협상 전술이 될 것이라고 반복적으로 시사해왔다면서 철강 관세도 처음에는 예외가 없었으나 발효될 때는 주요 수출국 대부분이 예외 대상에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WSJ는 미국이 19조 달러, 중국은 12조 달러의 경제규모를 자랑한다며 관세 폭탄이 터지더라도 두 나라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낙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