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사진> 한국은행 총재는 2일 서울 태평로 한은 본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긴 안목에서 볼 때 우리경제가 안고 있는 구조적 취약성을 해소해 나가는 일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심도있는 조사연구를 통해 경제현안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현실성 있는 대안을 모색해 정책당국에 부단히 제언해야 하겠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또 “제도와 관행을 오늘의 관점에서 재평가하겠다”며 “비효율적인 요소를 과감히 걷어내 생산성을 높여 나가고, 권한의 하부위임·보고절차 간소화·부서간 업무중복 최소화 등 업무처리 및 의사결정체계를 효율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그는 “객관적인 업적과 능력을 바탕으로 한 인사관리를 통해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건전한 비판이나 의견에 귀 기울이는 개방적 자세를 갖추는 것이 이 시점에서 매우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동질적 사고에 따른 발전지체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가 취임사에서 이같이 강조한데는 그의 연임을 한은 내부에서조차 곱지 않게 본데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도 한은 독립성 내지 중립성을 지킬 수 있겠는가라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이 총재 지명 후 한은 노동조합이 실시한 긴급 설문조사에서 55%의 응답자가 이 총재 연임에 부정적이었다. 특히 내부경영에 대한 평가 항목에서는 67%가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도 “(정부에) 말 잘듣는 순둥이 총재를 선임한 것이다. 정부에 쓴소리를 할 수 있겠나”라는 질타가 이어졌다. 또 인사청문 경과보고서에는 통화신용정책에 대한 소신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담겼다. 이 총재가 취임사에 밝힌 의지를 실천으로 옮길지는 지켜볼 대목이다.
통화정책과 관련해서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이 총재는 “경기회복의 동력을 살려가면서도 금융시스템의 안정이 유지될 수 있도록 통화정책을 운영해 나가겠다”면서 “성장세를 뒷받침하기 위해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하되 완화정도의 조정을 신중히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통화정책 유효성 제고를 위해 정책 운영체계나 수단을 재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성장과 물가 간의 관계변화, 금융안정에 관한 중앙은행 역할의 중요성 등을 고려해 물가안정목표제의 효율적 운영방안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것”이라며 “잠재성장률 하락과 함께 기준금리 운용의 폭이 종전보다 협소해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중장기적 관점에서 정책여력 확보를 위한 방안도 모색할 필요가 있겠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지난달 2일 대통령으로부터 차기 총재 지명을 받았고, 그달 2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인사청문회를 거쳤다. 한은 총재 연임은 김성환 전 한은 총재(1970년 5월2일~1978년 5월1일) 이후 44년만에 처음이다. 이 총재는 1일부터 4년간의 임기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