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산 시즌을 맞아 외부감사 보고서의 ‘비적정 의견(한정·부적정·의견거절)’을 받는 상장사가 잇따르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에도 파티게임즈, 수성, 성지건설, 세화아이엠씨 등이 이 같은 이유로 주식매매거래가 정지됐다. 이들 기업은 재감사를 통해 비적정 사유를 해소하지 못할 경우 상장폐지 수순을 피할 수 없게 된다.
투자자들의 관심은 비적정 감사의견이 실제 상장폐지로 이어질지 여부다. 주식투자 게시판에서도 논쟁이 한창이다. 자신이 가진 주식이 휴지 조각이 되는 상황을 상상하기 싫은 투자자들은 상장폐지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반면, 비관적인 투자자들은 상장폐지를 기정사실화하기도 한다.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감사보고서 비적정 의견을 받은 기업의 절반가량은 상장폐지 수순을 밟은 것으로 집계됐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년간(2014~2016회계연도) 감사보고서 비적정 의견을 받은 12월 결산법인은 총 38개 사였다. 이 가운데 상장폐지가 된 기업은 20곳으로 전체의 52.63%에 달했다. 반면, 18개 사(47.37%)는 상장폐지를 모면했다.
2015년 결산 시즌(2014회계연도)에는 11곳이 비적정 감사의견을 받았다. 이 가운데 코데즈컴바인, 우전 GMR머티리얼즈, 퍼시픽바이오 등 4곳은 재감사와 이의신청 등의 절차를 거쳐 상장폐지를 피했다. 위기를 넘긴 뒤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코데즈컴바인은 이른바 ‘코데즈컴바인 사태’로 불리는 폭등을 연출했고, 퍼시픽바이오 역시 거래재개 후 급등세를 보였다.
2016년 결산 시즌에는 10개 기업이 비적정 의견을 받았다. 이 가운데 한국특수형강, 현대시멘트, 에스제이케이(옛 세진전자), 파이오링크 등 4곳이 증시에 살아남았다. 이후의 주가 흐름은 제각각 달랐다. 한국특수형강과 에스제이케이는 감사의견 비적정 사유를 해소한 이후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른 반면, 현대시멘트와 파이오링크의 주가는 하락했다.
지난해 결산 시즌에는 회계 규정이 한층 강화되면서 17개 상장사가 비적정 감사의견을 받았다. 앞서 상장폐지 위기를 모면했던 우전을 포함해 7곳이 증시에서 간판을 내렸으며 대우조선해양, 세미콘라이트, 제이스테판, 나노스, 리켐, 비덴트(옛 세븐스타웍스), 알파홀딩스, 에스제이케이, 트루윈 등 10곳은 상장을 유지했다. 이들 종목은 거래가 재개된 이후 코스닥 랠리를 타고 대부분 주가가 급등했다.
다만 비적정 의견 가운데 ‘한정’인 경우와 ‘의견거절’인 경우의 상장폐지 비율은 큰 차이를 보였다. ‘의견거절’을 받은 28개 상장사 중에는 18곳(64.29%)이 상장폐지 수순을 밟았고 10곳(35.71%)이 상장을 유지했다. 하지만, ‘한정’ 의견을 받은 10곳 중에는 상장폐지에 이른 곳이 단 2곳에 불과했다.
한편, 상장폐지를 모면한 뒤 회사 이름을 바꾼 경우도 적지 않았다. 우전(옛 우전앤한단), GMR머티리얼즈(옛 스틸앤리소시즈), 퍼시픽바이오(옛 엘에너지), 에스제이케이(옛 세진전자), 엔에스브이(옛 세한에스브이), 비덴트(옛 세븐스타웍스) 등이다. 우전은 2015년에 한 차례 상장폐지를 면한 뒤 이름을 바꿨지만, 2년 뒤 다시 감사의견 거절로 증시 퇴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