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미투와 채용비리 그리고 권력자

입력 2018-03-20 11:05 수정 2018-03-20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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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석부국장 겸 기업금융부장

정치인, 검사, 교수, 시인, 연극인, 탤런트, 가수 등 사회 저명인사의 과거 성폭력을 고발하는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폭로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어느 특정 분야와 집단이 아닌 사회 전 분야에서 그동안 숨겨져 왔던 추악한 성폭력의 민낯이 드러나고 있다.

특히 일부 성폭력 가해자는 그동안 사회적으로 신망(信望)을 받던 유력자(有力者)였다는 점에서 충격이 적지 않다.

그러나 지금까지 밝혀진 미투 폭로는 가해자가 유명인이라 논란이 됐을 뿐, 우리 사회 속에서 성폭력은 만연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교 문화 속에서 자란 남성들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죄의식 없이 성희롱, 성추행을 해 왔고, 사회적 약자인 여성들은 후환(後患)을 우려해 참고 넘겨야 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성폭력의 뿌리에는 ‘남성우월주의’와 ‘권위주의’가 자리 잡고 있다.

최근 드러난 미투 폭로 사례를 봐도 그렇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가 기관장과 비서, 상사와 부하, 교수와 제자로 상하 주종관계다.

자신의 권력을 믿고 아랫사람을 함부로 대해도 된다는 남성들의 삐뚤어진 성 의식이 오늘의 ‘미투 폭발’을 만들었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권위주의가 미투 문제인 것만은 아니다. 하청업체 갑질, 비정규직 차별, 채용 비리 문제도 그 이면에 권위주의가 존재한다.

일감을 준다는 이유로 갑을(甲乙) 관계가 된 하청업체는 단가 후려치기, 기술 빼가기, 비용 떠넘기기에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당해야 했다.

동일한 업무를 하면서도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만으로 급여, 복지, 승진의 차별을 겪어야 하는 그들에게 우리 사회는 아직도 양반과 천민(賤民)이 존재하는 조선시대다.

전 국민의 광분을 산 채용 비리는 어떠한가. 무려 4700 여건에 달하는 공공기관·유관단체의 채용 비리의 주인공은 힘 있는 권력자들이다.

탈락자 다시 뽑기, 합격자 늘리기, 지원도 안한 사람 채용하기 등 채용 비리의 극치를 보였다. 금융권 채용 비리를 보면 힘없는 서민은 자괴감(自愧感)이 들 정도다. 은행 경영진, 권력기관 관료, VIP 고객을 위해 채용의 공정성과 투명성은 찾아 볼 수 없다.

이들은 부모 면접, 점수 조작, 명문대 우대 등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채용이 이뤄졌지만, 불법은 없었다고 잡아 뗀다.

오랜 관행처럼 이어져 온, 그래서 공공연한 비밀로 알고 있던 금융권 채용 비리를 척결하겠다며 칼을 빼든 금융감독원장이 과거 채용비리로 옷을 벗는 촌극(寸劇)까지 벌어졌다.

권력 남용으로 각종 비리와 불법이 난무하는 이 시대에 중국 명나라 유학자 홍자성이 지은 채근담(菜根譚)의 교훈은 우리를 다시금 되돌아보게 한다.

富貴名譽 自道德來者 如山林中花 自是舒徐繁衍 自功業來者 如盆檻中花 便有遷徙廢興 若以權力得者 如甁鉢中花 其根不植 其萎可立而待矣(부귀명예 자도덕래자 여산림중화 자시서서번연 자공업래자 여분함중화 변유천사폐흥 약이권력득자 여병발중화 기근불식 기위가립이대의)

이 문장은 “부귀와 명예가 도덕적으로 온 것이면 숲 속의 꽃처럼 그 뿌리와 잎이 자연스럽게 번성할 것이고, 부귀와 명예가 공로를 이룬데서 온 것이면 화분 속의 꽃처럼 자주 자리를 옮기게 되어 흥망이 있을 것이다. 또한 부귀와 명예가 권력으로부터 온 것 이면 화병 속의 꽃처럼 뿌리를 심지 않은 탓으로 금방 시들어 버리고 말 것이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미투 운동을 계기로 우리 사회의 권력자들이 변화해야 한다. 주어진 권력은 유한하며, 자신의 사욕을 위해 권력을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우리 사회의 권력자들이 여성과 사회 약자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문화가 조성될 때, 우리나라는 진정한 문화 선진국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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