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호반건설은 대우건설 인수 절차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호반건설 M&A관계자는 “내부적으로도 통제가 불가능한 해외사업의 우발 손실 등 최근 발생 일련의 문제들을 접하며 과연 우리 회사가 대우건설의 현재와 미래의 위험 요소를 감당할 수 있겠는가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진행했고 이에 대해 아쉽지만 인수 작업을 중단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말했다.
◇해외건설 돌발 변수로 인한 인수 포기 가능성 높아
실제로 대우건설은 지난 해 4분기 영업적자 1432억 원을 기록했다. 3분기까지만 하더라도 연간 영업이익 목표인 7000억 원을 웃도는 실적이 기대됐지만 4분기 어닝쇼크와 함께 연간 이익도 4373억 원으로 대폭 줄었다.
4분기 손실 가운데 해외 손실만 약 3300억 원으로 대부분 모로코 사피 복합화력발전소 공사에서 발생했다. 발전소 시운전을 하는 중에 주요 기자재가 파손되면서 다시 제작하는 등 비용이 추가적으로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1년 매출이 1조2천억원 수준인 호반건설 입장에서 해외 현장 한 곳에서만 3000억원이 넘는 부실이 발생한 것을 보고 두려움이 앞섰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앞서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본입찰에 단독 입찰하면서 호반건설이 대우건설을 인수할 경우 최근 실적이 부진한 해외사업 부문을 매각할 것이라는 소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은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된 이후 언론 인터뷰에서 "앞으로 오일 달러가 올라갈 것이고 특히 동남아 쪽에 기회가 많을 것이다“며 ”그것이 우리가 대우건설을 인수하는 핵심이고 해외사업을 계속 키워나가겠다"며 대우건설의 해외사업 매각설을 일축한 바 있다.
여기에는 호반건설 특유의 안정성 위주의 경영 스타일도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호반건설은 그 동안 택지개발지구의 공공택지를 분양받아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큰 사업만 추진하며 사세를 키워왔다.
하지만 인수 과정에서 막상 이같은 돌발 부실을 접하자 감당하기 어려웠던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해외 현장에서 추가 부실 가능성까지 점쳐지는 것 역시 포기 이유로 꼽힌다.
대우건설은 현재 카타르, 오만, 인도, 나이지리아, 베트남,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싱가포르 등지에서 해외사업을 진행 중이다.
◇각종 논란 역시 부담으로 작용한 듯
여기에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에서 쏟아진 특혜 매각 의혹과 헐값 매각 논란, 대우건설 노동조합 등 내부 불만 등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호반건설 M&A관계자는 “지난 3개월여 간의 인수 기간 동안 정치권 연루설, 특혜설과 노동조합 등 일부 대우건설 내 매각에 대한 저항으로 인해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면서 “하지만 대우건설이라는 상징적 국가기간 산업체를 정상화 시키고자 진정성을 갖고 인수 절차에 임해왔다”고 말했다.
이처럼 여러 과제들이 부담스럽던 차에 해외부실 문제까지 터지자 재빨리 포기 선언을 했다는 것이다.
대우건설의 헐값 매각 논란은 매각 과정 내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산업은행이 대우건설 인수에 3조2천억원을 투입했는데 호반건설의 대우건설 지분 50.75%에 대한 인수 금액은 1조6천억원으로 절반 수준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매각 대상 지분 50.75% 중 40%만 우선 매입하고 나머지 10.75%는 2년 뒤에 인수하기 위해 산업은행에 풋옵션을 부여한 것을 놓고 '변칙 매각' 등 특혜 논란이 제기됐다.
여기에 정치권에서도 비난 의견이 나왔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달 초 "이번 대우건설 매각은 호반건설에 특혜를 주기 위해 특정한 방향성을 두고 추진된 것"이라며 "문재인 정권 출범 직후부터 호반건설이 대우건설을 먹을 것이라는 설이 파다했다"고 주장했다.
대우건설 직원들의 불만도 많았다. 대우건설 노동조합도 호반건설의 인수에 대해 '밀실 매각'이라며 우선협상자 선정 취소를 요구했다.
◇호반건설 이미지 하락 불가피
하지만 여러 이유를 들더라도 호반건설의 책임 역시 가볍지 않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당초 호반건설이 대우건설에 대한 인수전에 나설 때부터 주택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가진 호반건설이 해외건설과 플랜트 등 생소한 사업을 많이 진행하는 대우건설을 컨트롤 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수없이 제기된 바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국내 대형 건설사들의 경우 수차례 해외현장으로 인한 어닝쇼크를 겪은 바 있다”며 “국내 굴지의 대형건설사를 인수하겠다면서 이 정도의 리스크로 물러서는 점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 호반건설의 결정으로 M&A 시장에서 호반건설의 이미지 하락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호반건설은 지난 2015년 채권단이 금호산업의 경영권을 매각할 당시 본격적으로 M&A시장에 모습을 드러내며 이름을 알렸다.
이후 호반건설은 동부건설, 보바스기념병원, 울트라건설, SK증권, 블루버드컨트리클럽, 한국종합기술 등 굵직한 M&A건에 이름을 올렸다. 200억원 규모의 울트라건설 인수엔 성공했지만 규모가 큰 나머지 거래는 모두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에 한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호반건설이 M&A에 완주하는 사례가 거의 없어 이번 대우건설 인수전에서도 진정성을 의심하는 시선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번에는 대우건설이 어닝쇼크라는 빌미를 제공하긴 했지만 호반건설의 이미지 하락도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