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의 바이오·제약 사업이 전 세계 중추신경계 신약 시장 공략에 시동을 걸었다. SK㈜의 100% 자회사인 SK바이오팜이 개발한 수면장애치료제가 국내 중추신경계 신약개발 사상 최초로 글로벌 상업화를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SK는 향후 미국 식품의약청(FDA)의 승인이 완료되면 1조 원 규모의 글로벌 중추신경계 질환 시장을 본격 공략할 방침이다.
22일 SK㈜에 따르면 SK바이오팜은 수면장애 질환 글로벌 1위인 미국 재즈(Jazz)사와 공동개발 중인 SKL-N05(성분명 솔리암페톨)가 FDA에 신약판매 승인 신청(NDA)을 완료했다.
SK바이오팜은 FDA가 신약 판매 승인을 하면 이르면 2019년 초부터 SKL-N05의 미국 판매를 통해 누적 로열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에는 SK바이오팜이 보유한 일본·중국 등 아시아 12개국 판권 추가적인 수익 확보도 가능하다.
SK바이오팜은 지난 2011년 SKL-N05 1상을 완료한 뒤 재즈사에 기술 수출했으며 공동개발을 통해 올해 임상 3상 약효시험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기면증 및 수면무호흡증으로 인한 수면장애 환자 880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3상 시험에서 위약 대비 주간 졸림증이 현저히 개선됐으며, 환자의 주관적 졸림 정도도 시장 선도 약물인 자이렘(Xyrem) 대비 2배 이상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재즈사는 현재 수면 장애 치료제 시장에서 매년 1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자이렘을 판매 중이며 SKL-N05를 후속 약물로 적극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미국 시장의 성공적 진출 뒤 타 지역의 상업화도 예정돼 있어 SKL-N05는 향후 글로벌 대표 수면장애 치료제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조정우 SK바이오팜 대표는 “국산 신약으로 전 세계 시장을 공략한다는 자부심으로 신약개발에 매진한 결과”라며 “SK바이오팜은 각 프로젝트 별로 시장성과 개발 방향 등을 고려해 ‘기술 수출을 통한 공동개발’ 혹은 ‘독자 개발’ 등을 전략적으로 선택해 최적의 결과를 도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SK바이오팜이 독자개발 중인 뇌전증 신약(Cenobamate) 역시 상업화를 앞두고 있다. FDA로부터 탁월한 약효를 인정받아 추가적인 약효시험 없이 3상 안전성 시험만 진행 중이며 빠르면 내년 FDA에 NDA를 신청할 예정이다. Cenobamate는 미국에서만 연간 1조 원 매출이 기대되는 블록버스터급 신약이다.
SK바이오팜의 주력인 중추신경계 분야는 신약개발이 어렵지만, 난치성 환자가 많아 새로운 신약에 대한 시장의 요구가 크다. 중추신경계 질환 시장은 2014년 810억 달러 규모로 항암분야와 더불어 가장 큰 시장 중 하나이며 2021년에는 92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처럼 SK가 성공을 확신할 수 없는 신약 개발에 지속적인 투자를 한 것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강력한 의지에 따른 것이다. SK가 2007년 지주회사 체제 전환 후 신약 개발 조직을 지주회사 직속으로 둔 것도 그룹차원에서 투자와 연구를 진행하게 하려는 최 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
조 사장은 “중추신경계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혁신적인 신약을 개발·출시하고 그간 축적해온 역량을 기반으로 항암제 등 신규 질환 영역의 신약 개발을 통해 2020년까지 기업가치 10조원 규모의 글로벌 종합제약사로 도약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