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건설업계의 대내외적인 어려움이 커지는 상황에서 대형건설사들의 계열사 간 합병설이 다시 솔솔 나오고 있다. 특히 일부 건설사들은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건설 계열사 합병이 핵심 변수로 작용할 수 있어 관련 업계의 관심 역시 높은 상황이다.
1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당시 주문한 시한이 다가오면서 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설과 현대건설과의 합병설이 제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김 위원장은 9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현대차그룹을 비롯한 5대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청사진을 요구한 바 있다.
증권가에서는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현대모비스 3사의 인적분할 및 합병을 가장 유력한 방법으로 보고 있는데 이 경우 정의선 부회장의 그룹 승계를 위해서 지주사의 지분 확보는 필수적이다.
현재 정 부회장은 현대엔지니어링의 지분 11.72%를 보유하고 있고 현대글로비스 지분 23.2%를 가지고 있다. 두 회사의 지분 평가액만 1조7000억 원대에 달한다. 만약 현대엔지니어링이 상장할 경우 정 부회장의 지분 가치는 수배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상장을 추진할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부담을 줄이기 위해 현대건설과 합병할 것이라는 전망 역시 오래 전부터 제기되고 있다. 실제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차그룹으로 편입된 후 사옥을 서울 목동에서 현대건설 본사가 있는 계동으로 옮겼다. 현대차 그룹 건설사인 현대엠코와 합병 역시 이 시기에 이뤄졌다. 이후 현대건설의 아파트 브랜드인 ‘힐스테이트’를 같이 사용하며 한 집안 식구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또한 내년 초 삼성물산 건설 부문이 삼성엔지니어링 본사로 이전하는 계획을 발표하며 두 회사의 합병설 역시 제기되고 있다. 회사 측은 월세를 아끼는 등 경영 효율화 차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물산 건설 부문이 현재 사옥인 판교로 이전한 지 채 2년도 되지 않았고 서울 접근성을 고려하더라도 판교와 강동이 큰 차이가 없다.
때문에 두 회사의 합병설에 힘이 실리고 있다. 삼성물산 내 사업을 정리하면서 업종이 겹치는 건설 부문을 떼어내 삼성엔지니어링과 합칠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실제 이미 이들 회사는 최근 1~2년여 동안 각종 구설에도 꿋꿋하게 구조조정과 조직 개편을 진행하면서 조직 슬림화를 상당부분 진행시켰다.
합병이 실제로 진행될 경우 구조조정이 불가피해 후폭풍 역시 적지 않을 전망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창사 43년 만에 노조가 설립되며 투쟁을 예고하고 있고 삼성물산도 이미 이로 인한 홍역을 겪은 바 있다. 또한 현 정부가 ‘일자리’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만큼 이 역시 부담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