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휴가 시즌을 거듭할수록 공항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긴 연휴를 앞두고는 가장 먼저 항공권부터 알아본다. 바야흐로 글로벌 여행 황금시대다. 그러나 비좁은 비행기 좌석과 긴 비행시간이 걸림돌이다. 이에 항공사들이 승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고 CNN이 분석했다.
항공사들은 기술과 편리함을 무기로 차별화 전략을 내세운다. 스마트폰과 노트북, 태블릿 PC 등 스마트 기기들은 비행기 안 풍경을 바꿨다. 비행시간의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항공사들은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스크린을 설치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사실상 모든 승객이 자신의 스마트 기기를 가지고 비행기에 탑승하면서 내장형 시스템이 외면받고 있다. 항공사들은 승객들이 자신의 기기를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해 초 일본 파나소닉은 승객들이 자신의 스마트폰을 이용해 기내에 부착된 모니터를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 ‘워터프론트’를 발표했다. 항공우주회사 탈레스와 B/E도 이러한 시스템을 활용한다. 승객의 기기와 연동하면 개인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승객이 선호하는 콘텐츠나 이전 항공편에서 보던 영화를 알 수 있다. 왕복 비행기를 이용하는 사람이 출국행 비행기에서 영화를 보다가 내리면 귀국행 비행기에 탑승했을 때 자동으로 이어서 재생해주는 식이다.
일부 항공사는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며 기존 시설을 폐기하기도 한다. 이를 기회로 활용한 게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에어파이(AirFi)’다. 에어파이는 탑승객들이 자신의 기기를 이용해 영화나 오락물을 스트리밍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영화감상 외에 기내식 주문, 면세품 구매도 가능하다. 비용 문제로 엔터테인먼트 기기를 갖추지 않은 저비용 항공사가 에어파이의 주요 고객이다. 에어로멕시코는 최근 이 같은 시스템을 이용해 기내에서 넷플릭스 이용이 가능하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으로는 기내에서 가상현실(VR) 기기도 볼 수 있다. 에어프랑스-KLM의 자회사 트랜사비아가 시험 운영 중이다. 호주 콴타스항공은 호주와 로스앤젤레스(LA)를 오가는 노선의 일부 항공편 1등석에 VR 서비스를 제공한다. CNN은 비행 공포증이 있는 승객에게 VR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트랜사비아는 VR 서비스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단 노들루스 마케팅 담당자는 시험 운영 결과가 긍정적이라면서 “앞으로 정규 서비스로 제공하는 방법을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행기 좌석도 변신을 꾀한다. 인체공학적인 시트를 디자인하고 심지어 침대도 등장했다. 이탈리아 제조업체 아비오인테리어는 영화관 의자처럼 사용하지 않을 때 접을 수 있는 이코노미 좌석을 제시했다. 항공기 좌석 제조업체인 프랑스의 조디악 에어로스페이스의 빅토르 카를리오즈 컨셉 엔지니어는 “장차 이코노미 클래스 좌석에서 혁신적인 기능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전망했다.
프리미엄 좌석은 비행기라기보다 호텔에 가까울 정도로 고급스럽게 변했다. 싱가포르항공은 에어버스 A380 기종에 8억5000만 달러(약 9480억 원)를 투자해 객실을 새로 꾸몄다. 비즈니스 클래스에는 더블침대형 좌석을 설치했다. 이 좌석은 거의 평평하게 펼쳐 침대로 사용할 수 있으며 좌석이 나란히 붙은 경우에는 더블침대로 만들 수 있다. 베개와 이불이 흰색이어서 마치 호텔과 같은 느낌이 든다.
스위트 클래스 좌석은 아예 호텔이나 다름없다. 독립된 방에 의자와 침대가 있으며 32인치 텔레비전이 설치돼 있고 위성 와이파이도 사용할 수 있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소트웍스의 게리 드그레지오 최고경영자(CEO)는 “장거리 항공편에는 휴식과 사생활 보호가 중요하다”면서 “해외 출장에서는 시간을 낭비하지 않아야 하는데 프라이버시가 보호되면 보다 자유롭게 일을 준비할 수 있고 심리적 압박을 덜어준다”고 말했다.
CNN은 여행객들이 호텔을 비교하고 후기를 검토하듯이 비행기 이용 행태도 그렇게 변할 것이라며 항공 여행의 황금시대는 시작일 뿐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