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발주사업에 천문학적인 규모의 입찰담합이 발생하고 있지만, 처벌은 ‘솜방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 혈세가 투입되는 공공사업인 만큼, 강력한 대책이 절실하다는 주장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이훈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에너지공기업 6곳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7년 8월까지 에너지공기업 발주 사업 중 입찰담합 적발규모는 총 5조3099억원에 달했다. 건수로는 14건, 적발기업은 109곳이다.
기업별로 보면 한국가스공사 발주 건에 대한 담합 발생이 가장 많았다. 가스공사 발주 사업 중 입찰담합 적발 규모는 총 4조7750억원으로 전체 적발규모의 90%였다.
그 다음으로는 한국전력 3832억원, 한국수력원자력 1490억원, 한전KDN 18억7900만원, 한국광해관리공단 5억4100만원, 한국가스기술공사 2억9100만원 등의 순이다.
적발 기업수가 많은 입찰담합 건에서도 가스공사 발주 사업이 가장 많았다. 가스공사가 발주한 4개 사업에서 51개 기업이 담합을 저질렀다.
한전은 2개 사업에서 27개 기업이 덜미를 잡혔다. 한수원 발주 5개 사업에서는 25개 기업이 적발됐다. 한전KDN, 한국광해관리공단, 한국가스기술공사는 각각 2개 기업이 입찰 담합했다.
109개의 기업 중 2회 이상 입찰담합으로 적발된 곳은 21곳에 달했다. 이 중 3차례에 걸쳐 상습적으로 입찰담합에 가담한 4곳도 있었다.
특히 한전이 발주한 전력량계입찰사업에 공기업인 한전KDN이 입찰담합에 가담하는 등 지난 2015년 공정거래위원회가 처벌한 바 있다. 당시 한전KDN은 과징금 900만원 및 한전 입찰참가자격 3개월 제한 처분에 그쳤다.
문제는 입찰담합으로 적발된 기업들에 대한 처벌이 매우 미약한 수준이라는 점이다. 가스공사의 경우 적발된 기업들에 부과된 과징금은 총 5344억원으로 적발 담합규모의 10%에 불과하다.
가스기술공사 건도 2개 기업에 대한 과징금 수준이 1800만원으로 적발 담합규모의 6%에 그쳤다. 한국광해관리공단과 한전KDN의 발주 사업에 적발된 기업 제재 중 입찰참가자격제한 조치는 최대 1년이거나 짧을 경우 3개월에 머물렀다.
한전의 사업 건에서는 적발 기업들에게 6개월의 부정당제재 조치가 내려졌다. 가스공사와 한수원의 일부 사업에서 적발된 42개 기업은 광복절 특사로 면제부를 받았다.
이훈 의원은 “공기업 발주사업에서 천문학적인 규모의 입찰담합이 발생했는데, 그 처벌수준은 솜방망이정도에 불과했다”며 “앞으로는 담합에 대한 처벌 수준을 제도적으로 대폭 강화해 담합을 근본적으로 근절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