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산업 40년간 내부에서 곪을 대로 곪은 문제들이 상생과 을(乙)을 중시하는 새 정부 들어 터져나온 거죠. 이번에 문제가 된 부분들을 도려내지 않으면 산업 전체 위기로 번질 겁니다.”
은퇴한 퇴직자의 생계수단이자 취업난을 겪는 청년들에게 창업의 기회로 여겨졌던 프랜차이즈 산업이 사상 최악의 위기에 내몰렸다. 유명 프랜차이즈 업체 오너들의 ’갑질’을 비롯해 각종 비리가 연일 터지면서 40년 적폐로까지 문제가 확산됐고 이에 김상조 호(號)로 수장이 바뀐 공정거래위원회가 칼날을 빼들었다. 프랜차이즈 업계는 10월까지 “자성할 기회를 달라”며 일단 시간을 벌었지만 내부에서는 자정 노력에 대한 회의론도 나오고 있다.
브랜드 5273개, 가맹점 21만8997개, 가맹본부 4268개, 종사자 수 66만명, 매출액 150조 원…. 1977년 림스치킨이 서울 명동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첫 프랜차이즈를 연 이후 40년간 발전한 한국 프랜차이즈 산업의 현주소다. 매출액으로는 프랜차이즈 선진국인 미국과 중국, 일본, 호주 등에 이어 세계 5위 규모다.
특히 1990년대 말~2000년대 초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여파로 이른 나이에 회사에서 내몰린 은퇴자들이 프랜차이즈 시장에 대거 뛰어들면서 산업이 급성장했다. 2002년 42조 원이던 시장 규모는 2010년 114조 원으로 불과 9년 사이에 3배나 폭풍성장했다. 이 기간 가맹본부는 1600개에서 3200개로 곱절이 됐다.
하지만 산업이 내실을 다질 새 없이 급성장하다 보니 경영윤리와 상생의식 등이 질적으로 성숙하지 못해 각종 문제가 터져 나왔다. 최근 업계에서 논란이 된 미스터피자나 호식이두마리치킨, 총각네야채가게 등 가맹본부의 갑질이나 광고비 전가, 오너의 전횡과 횡령 등이 대표적이다. 실제 올해 상반기 공정거래조정원에 접수된 분쟁 조정 접수 건수는 1377건으로 지난해 대비 19% 증가했다. 최근 3년간 접수 현황을 보더라도 2014년 2140건에서 2015년 2214건, 지난해 2433건으로 꾸준히 증가세다.
업계 전반으로 논란이 확산하자 공정위는 주요 외식업종 브랜드에 대한 일제점검을 비롯해 필수품목 마진 등의 정보공개 강화와 오너리스크 등에 의한 배상책임, 보복조치 금지제도 등을 담은 6가지의 ‘가맹분야 불공정관행 근절대책’을 내놨다.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자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지난달 말 김상조 공정위원장과 간담회를 갖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협회 측은 △투명 경영 △윤리 경영 △상생 혁신안 △을의 눈물 방지 △일부 오너의 사회적 물의 사죄 등 5가지 실천 계획을 밝혔고 김 위원장은 10월까지 프랜차이즈 업계에 대한 압박을 늦추고 자정 기회를 주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자정안에 대한 기대감을 갖는 한편으로 실제 효력이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으로 양분되며 의견이 분분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시간을 벌기보다는 업계를 대표하는 대형 프랜차이즈와 충분한 협의 후 정책을 수립할 것으로 보인다”며 “단순히 위기 모면이나 소형 프랜차이즈를 살리기 위한 것이 아닌 프랜차이즈 산업을 올바르게 정착시킬 수 있는 정책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협회가 내놓을 자정안이 법적 효력이 없다면 과연 얼마나 많은 브랜드가 변화의 노력을 기울일지 모르겠다”며 “합리적인 경영 시스템의 개선 등도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오너의 무분별한 제왕적 경영에 대한 자성이 앞서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