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일양약품 등이 개발한 신약이 국내 시장에서 순항을 지속했다. LG화학의 당뇨약 ‘제미글로’는 상반기에만 350억원의 처방실적을 기록하며 파죽지세를 이어갔고 일양약품의 항궤양제 ‘놀텍’은 발매 8년만에 상반기 매출 100억원을 돌파했다. 종근당의 당뇨약 ‘듀비에’도 시장 안착 단계에 접어들었다. 시장성을 확인한 신약 제품들의 영향력 확대를 위한 업그레이드 작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20일 의약품 조사 기관 유비스트의 원외 처방실적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개발신약 중 LG화학의 ‘제미글로’가 가장 많은 처방실적을 기록했다. 제미글로와 제미메트는 상반기에만 351억원을 합작했다. 전년동기대비 45.2% 증가하며 고공비행을 지속했다.
LG화학이 지난해 새로운 영업 파트너로 대웅제약을 선정하면서 제미글로의 성장세에 가속도가 붙었다.
LG화학은 다국적제약사 사노피와 공동으로 제미글로를 판매했지만 지난해부터 대웅제약과 손잡았다. 대웅제약은 지난 2008년부터 2015년까지 DPP-4 억제제 ‘자누비아’를 판매한 영업 노하우를 제미글로 판매에 접목하면서 시너지를 냈다. 제미글로와 제미메트는 지난해 국산신약 최초로 연 매출 500억원을 넘어선데 이어 올해는 700억원 돌파도 유력해보인다.
제미글로의 시장성 향상을 위한 구원투수도 준비 중이다. LG화학은 현재 제미글로와 고지혈증치료제 ‘로수바스타틴’을 결합한 복합제 개발을 위해 지난 2013년부터 총 5건의 임상시험에 착수했다. 제미글로와 고혈압치료제 ‘이베사르탄’을 섞은 고혈압·당뇨 복합제 개발을 시작했고 제미글로와 또 다른 당뇨약 ‘글리메피리드’를 결합한 복합제도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보령제약의 고혈압치료제 ‘카나브’는 복합제(라코르, 듀카브, 투베로)를 포함해 상반기에 263억원의 원외 처방실적을 기록했다. 전년대비 17.3% 상승했다. 지난 2010년 국산신약 15호로 허가받은 카나브(성분명 피마사르탄)는 안지오텐신수용체 차단제(ARB) 계열 약물이다.
보령제약은 지난 2013년 카나브와 이뇨제를 결합한 ‘라코르’(동화약품이 판매)를 선보였고, 지난해에는 카나브에 칼슘채널차단제(CCB) 계열 고혈압약 ‘암로디핀’을 결합한 ‘듀카브(성분: 피마사르탄+암로디핀)’와 고지혈증치료제 ‘로수바스타틴'과 카나브를 결합한 ‘투베로’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중 라코르와 듀카브는 상반기에 각각 30억원대 매출을 올렸다.
보령제약은 카나브를 활용한 추가 복합제를 지속적으로 내놓을 계획이다. 지난 3월 카나브에 고혈압약 ‘암로디핀’과 고지혈증약 ‘로수바스타틴’ 개발을 위한 임상3상시험에 진입했고, 고지혈증약 ‘아토르바스타틴’을 카나브에 결합한 복합제도 개발 중이다.
일양약품의 항궤양제 ‘놀텍’은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108억원의 원외 처방실적을 기록했다. 전년동기대비 30.6% 증가했다. 놀텍이 지난 2009년 발매된 약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승 폭이 크다. 놀텍은 지난해에도 2015년 대비 2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종근당의 당뇨치료제 ‘듀비에’는 상반기 처방실적이 전년대비 11.0% 증가한 84억원을 나타내며 3년 연속 매출 100억원 돌파를 예약했다. 듀비에는 인슐린 비의존성 당뇨치료제로 불리는 제2형 당뇨병을 치료하는 약물이다.
종근당도 듀비에를 활용한 복합제를 준비 중이다. 지난해 또 다른 당뇨약 ‘엠파글리플로진’(제품명 자디앙)과의 복합제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한 임상1상시험에 돌입했고, 당뇨약 ‘시타글립틴’(제품명 자누비아)와의 복합제도 개발 중이다. 두 개의 당뇨약을 결합한 강력한 치료제를 내놓으면서 듀비에의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바이오벤처가 개발한 첫 신약이라는 상징성을 감안하면 만족스러운 성적표는 아니다. 하지만 아셀렉스 발매 시점에 유사 약물 ‘쎄레브렉스’의 제네릭 제품이 무더기로 등장하면서 열악한 시장 환경에 노출됐다는 점에서 성장 가능성은 확인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아셀렉스가 쎄레브렉스에 비해 100분의 1용량으로 유사한 효과를 나타냈다는 장점을 바탕으로 아셀렉스를 활용한 복합제 개발을 추진 중이다.
대원제약의 진통제 ‘펠루비’는 전년보다 36.9% 증가한 53억원의 처방실적을 상반기에 올렸다. 지난 2007년 국산신약 12호로 허가받은 펠루비는 지난 2015년 복용 횟수를 1일 3회에서 2회로 줄인 서방정을 출시한 이후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지난해 3월 발매된 동아에스티의 당뇨치료제 ‘슈가논’은 상반기 처방실적 17억원을 기록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슈가논은 인슐린 분비 호르몬 분해효소(DPP-4)를 저해하는 억제제인데, 이미 슈가논 이전에 8개 제품이 출시돼 시장을 선점하고 있어 힘겨운 경쟁을 펼치고 있다. 동화약품의 항생제 ‘자보란테’도 1억원 남짓의 처방액으로 아직 존재감을 알리지 못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