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이 일하는 곳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은 이곳은 ‘홈 익스피어리언스(Home Experience) 랩’이라 불리는 서울 R&D 캠퍼스의 핵심 장소다. 실제 가정처럼 거실, 주방, 침실 등의 공간에 다양한 제품을 설치해 디자이너들이 직접 제품을 체험하고 새로운 혁신 제품을 만들어낸다.
“연간 500여명의 고객들을 이곳에 초청해 피드백을 듣습니다. 이를 제품에 바로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죠.” 임경애 생활가전사업부 디자인팀 그룹장의 얘기다. 임 그룹장은 “밀레 등 경쟁 제품도 함께 체험해 보기 위해서 오븐은 무려 7개를 들여놨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공간인 ‘사운드랩’에 들어서자 커다란 피아노와 드럼, 레코딩시스템 등이 보인다. 유명 연예기획사의 녹음실이 부럽지 않다. 제품을 켜거나 끌 때 나는 소리, 조작할 때 나는 소리 등을 연구하고 녹음하는 랩이다. 갤럭시S8의 빅스비 음성도 이곳에서 성우가 직접 녹음을 했다.
남명우 무선사업부 UX혁신팀 사운드디자이너는 “삼성만의 아이덴티티를 느낄 수 있도록 ‘사운드 브랜딩’을 하고 있다”며 “최근엔 무풍에어컨에서 전원을 켜고 끌 때 또는 온도를 설정할 때 발생하는 음을 제품 컨셉에 맞춰 상쾌하고 시원한 느낌이 들도록 개발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19일 언론에 처음 공개한 ‘서울 R&D 캠퍼스’는 2015년 11월 말 입주를 시작해 현재 약 5000명의 인력이 상주하고 있는 R&D특화 사업장이다. 이 캠퍼스에는 디자인, 소프트웨어센터, DMC연구소, IP센터 등 회사의 미래 사업역량 강화에 핵심적인 기능들이 모여 있다.
특히 이 곳은 디자인경영센터와 각 사업부에 소속돼 있는 1500여명의 디자이너들이 모여있는 명실상부 삼성전자 디자인의 심장부다. 디자인경영센터는 2001년 CEO 직속조직으로 출범해 전사 디자인 전략 수립, IoTㆍAI 등 신기술을 기반으로 한 선행 디자인 기획, 사업부 간 시너지 제고 등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돈태 삼성전자 디자인경영센터 부센터장(전무)는 “삼성전자는 그간 디자인 경영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으며, 그 결과 주요 제품에 있어 삼성만의 디자인 철학과 독창적 디자인으로 업계 변화를 주도해 왔다”고 말했다.
이 전무는 “사물인터넷(IOT)이나 인공지능(AI), 하만과의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제품을 연구하고 있다”며 “2~3년 내에 새로운 결과물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