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과 한류 콘텐츠 대표 사업자인 SM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콘텐츠 개발에 착수한다. 계열사 지분을 상호 인수해 정보통신기술(ICT) 역량과 한류 콘텐츠를 결합, 해외시장을 공략하겠다는 행보로 풀이된다. 양사는 이를 통해 5년내 10배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음향기기 계열사 아이리버와 SM엔터테인먼트의 콘텐츠 제작사 SM C&C(컬처앤콘텐츠)에 각각 250억 원과 650억 원을 유상증자하기로 했다고 17일 밝혔다. SM엔터테인먼트도 계열사와 함께 아이리버와 SM C&C에 각각 400억 원과 73억 원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이번 증자로 SK텔레콤과 SM엔터테인먼트는 각각 SM C&C와 아이리버의 2대 주주가 된다. 아이리버와 SM C&C는 유상증자 후 증자대금을 활용한 인수합병을 통해 각자의 영역에서 시너지를 확대할 방침이다. 아이리버는 SM 계열사인 SM MC(Mobile Communications)와 SM LDC(Life Design Co.)를 흡수해 K팝 팬을 대상으로 콘텐츠 기반의 신규 사업 추진에 돌입한다.
지난해 출범한 SM MC는 SK텔레콤이 46%, SM엔터테인먼트가 54%의 지분을 보유한 모바일 콘텐츠 제작사다. SM LDC는 일본에서 스타 관련 제품을 파는 SM엔터의 계열사다. 아이리버는 SM MC와 합병하는 한편 SM LDC를 300억 원에 인수해 100% 자회사로 편입한다.
SM C&C는 SK텔레콤 자회사인 SK플래닛의 광고 사업을 인수해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마련할 방침이다. 인수 대금은 660억 원이고, SK플래닛의 광고사업 부문은 물적 분할돼 SM C&C의 100% 자회사로 둔다. 물적분할 후 SM C&C의 최종 지분율은 SM엔터테인먼트 계열이 32.8%, SK텔레콤이 23.4%다. 아이리버와 SM C&C의 인수합병은 다음달 주주총회를 거쳐 10월 중 완료될 예정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이번 인수합병으로 양사간 ICT와 콘텐츠 결합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며 “양사는 아이리버의 제품 기획력을 바탕으로 한류 연예 콘텐츠에서 파생하는 다양한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SK텔레콤의 인공지능 스피커 ‘누구’에 엑소나 동방신기 등 SM 소속 한류 스타들의 목소리를 싣는 방안이 유력하다. 스타 마케팅을 활용한 특화 제품을 개발해 수익성을 극대화 할 에정이다. 예컨대 자사의 고급 오디오 브랜드 아스텔앤컨 이어폰과 헤드셋 등에 엑소 로고를 새겨 특화 제품을 만들 수 있다.
SM엔터테인먼트는 SK플래닛 광고 사업의 경쟁력을 자사의 콘텐츠와 결합해 일본 최대의 종합 광고대행사 덴츠(Dentsu)를 벤치마킹한 광고 사업 모델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덴츠는 전통적인 광고사업에 벗어나 광고주에게 선투자를 받는 방식으로 콘텐츠 제작·배급까지 참여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이번 인수합병을 통해 독자적 신사업 추진 방식에서 벗어나 각계 각층과 개방ㆍ공유형 협력을 강화한다. 기술의 개방과 공유는 SK그룹이 최근 추구하는 신 경영방침이다. 최태원 SK 회장은 지난달 19일 관계사 CEO가 참석한 ‘2017 확대경영회의’에서 “SK가 보유한 유무형의 역량과 인프라가 SK는 물론 사회와 함께 발전하는 토대가 되어야 한다”며 공유 인프라를 기본으로 하는 ‘함께하는 딥 체인지 2.0’을 제시한 바 있다.
SK텔레콤과 SM엔터와의 협력은 서로 다른 회사간 핵심 역량과 인프라를 파트너에게 공유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는 측면에서 SK그룹의 딥 체인지 2.0의 첫 성공 사례다.
SK텔레콤이 SM엔터와 손 잡은 이유는 ‘AI를 중심으로 하는 ICT’와 ‘한류 콘텐츠 산업 결합’을 통해 2~3배가 아닌 10배 이상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기 때문이다.
그 동안 한류 산업은 공연, 음원, 드라마 콘텐츠 부문을 중심으로 꾸준히 성장해왔지만 파생 산업에 대한 소득은 그리 많지않은 한계를 보여왔다. ‘한류’의 높은 인지도에 비해 연예기획 산업의 규모는 (헐리우드 영화 1편의 글로벌 수익에도 못 미치는) 1조 원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SM엔터와의 협력을 통해 공연, 음원 등 한류 콘텐츠 파워에 AI 등 국내 ICT 역량을 결합하면, 2~3차 파생 사업으로 생태계를 확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SM엔터의 역량과 시너지를 일으켜, 콘텐츠 특화 디바이스 등 한류 특화 상품, 플랫폼 사업 등으로 5년 내 10배의 부가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