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는 사이 나이는 들어가고 주변의 시선은 따가워졌다. 어떤 이들은 취업 눈높이를 낮추라고 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평생이 걸린 일인데 어떻게 처음부터 포기하고 시작하란 말인가. 청년은 너무 혼란스러웠고 자존감은 바닥에 떨어졌다. 결국 청년의 선택은...
이 청년의 이야기를 계속하기 전에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OECD 통계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의 청년 실업률은 11.2%. 열 명 중 한 명 이상이 실업 상태라는 말이다. 실업 체감률은 더 높아서 역대 최고치인 22.9%라고 하니 일자리를 찾는 청년들의 열망이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다.
반면 중소ㆍ중견기업의 인력난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2016년 ‘산업기술 인력수급 실태조사’에 의하면 중소ㆍ중견기업의 인력 부족률은 2.9%로 대기업의 인력부족률 0.4%보다 7배나 높았다. 1년 미만 신입사원의 조기 퇴사율도 중소ㆍ중견기업이 41.7%, 대기업은 26.6%로 두 배 가량 차이가 난다.
실업률과 인력난이 동시에 심각한 이 아이러니한 상황을 일자리 미스매치 현상이라 한다. 일자리가 있기는 하나 학력이 높은 구직자들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가 아니다. 청년들이 중소ㆍ중견기업을 기피하는 이유는 대기업과의 임금 차이, 복리후생 수준의 격차, 주거 문제 등이다.
찬찬히 들여다보면 한 가지 이유가 더 있다. 정보 부족이다. 한 구인구직 포털사이트에서 조사해보니 중소ㆍ중견기업 지원 시 가장 큰 어려움으로 정보 부족을 꼽은 이들이 응답자의 50%가 넘었다고 한다. 대개 취업정보는 취업 설명회나 인터넷에서 구하는데 지역 중소ㆍ중견기업에 대한 정보는 한계가 있다. 중소ㆍ중견기업에 대한 막연한 편견이 있는데다 정보를 구할 곳도 마땅치 않으니 한정된 일부 일자리에만 몰리게 되는 것이다.
KIAT는 중소ㆍ중견 기업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깨고 일자리 미스매치 현상을 조금이라도 줄여보고자 ‘희망이음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청년들이 지역 기업을 탐방할 수 있게 연결해주는 것으로 KIAT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하고 전국 16개 시도별 테크노파크가 참여하는 전국 단위의 프로젝트다.
2012년부터 시작해서 지난 5년에 걸쳐 총 5만 여명의 학생들이 약 2000여개의 지역 중소ㆍ중견기업들을 방문해 경영 상태나 비전, 일자리 정보 등을 직접 눈으로 보고 체험했다. 희망이음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학생들의 80% 이상이 지역 중소ㆍ중견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말하고 있고 실제 취업으로 이어지는 사례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앞서 잠시 멈췄던 이야기의 청년 역시 그 중 한명이다. 그는 작년 5월 우연히 희망이음 프로젝트를 알게 돼 부산의 한 IT 회사를 탐방했다. 근로자 123명에 연 매출 40억 원의 중소기업이지만 회사의 비전과 기업가치가 대기업 못지않다는 것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는 오랜 공무원 준비를 접고 이 회사에 지원했다.
입사 1년이 지난 지금, 본인의 꿈과 목적이 분명하다면 자기 만족과 성공에 지역 중소기업이 훨씬 유리하다는 것을 취업 준비생들에게 얘기해주고 싶다고 했다. 올해 희망이음 프로젝트는 지난 5월 31일에 광주에서 발대식을 하고 6월 한 달 간 성황리에 진행 중이다. 얼마나 더 많은 희망이 이어질지 기대감이 높다.
새롭게 출범한 정부의 최우선 정책 과제는 양질의 일자리 확대다. 공공부문 일자리 81만 개를 만들기로 하며 일단 숨통을 틔웠지만 정책의 성공을 위해서는 민간 부문에서도 양질의 일자리를 속속 만들어내야 한다. 수도권ㆍ대도시에 편향적으로 집중된 산업 구조를 개선하고 지역의 중소ㆍ중견기업에 적절한 지원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청년들의 내 일(My Job)과 중소ㆍ중견기업들의 내일(Future)이 하나로 연결되는 희망찬 내일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