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상장사의 최대주주 변경이 지난 몇 년간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최대주주 변경은 신규자금 유입과 신사업 기대감 등으로 주가에 호재로 인식된다. 하지만 최대주주 변경이 지나치게 늘어나는 것은 시장에 부정적인 신호일 확률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23일 한국거래소 상장공시시스템(KIND)에 따르면 올 들어 이달 21일까지 코스닥 상장사의 최대주주 변경 공시건수는 91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84건)에 비해 8.4% 늘어난 수치다.
상장사의 최대주주 변경은 상반기보다는 하반기에 집중적으로 이뤄지는 경향이 있다. 현 추세대로라면 올해 최대주주 변경 공시건수는 200건을 가뿐히 넘기며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2010년(247건) 이후 최대치를 기록할 공산이 크다. 그간 코스닥 상장사의 최대주주 변경 공시건수는 2014년 95건, 2015년 157건, 2016년 192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통상 최대주주가 바뀌면 신규자금 유입이나 신규사업 확대 기대감을 반영해 주가가 오르는 경우가 많다. 최근 최대주주가 바뀐 기업들의 주가상승률은 시장 평균수익률을 웃돌았다. 일례로 오는 통신장비업체 감마누의 경우 지난 관련 내용을 공시한 12일 이후로 8거래일간 197.65%(8920원→2만6550원)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 밖에도 서화정보통신과 텔콘 등 최근 최대주주변경 내용을 공시한 기업의 주가는 대부분 이튿날 두 자릿수의 급등을 나타냈다.
하지만 상당수 전문가들은 코스닥 상장사의 최대주주 변경이 잦아진 현상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최대주주 변경이 잦아졌다는 것은 결국 대주주의 ‘엑시트(투자회수)’가 많아졌다는 얘기”라며 “코스닥 시장의 체질 자체가 당초 목적인 ‘상장 후 성장시장’에서 ‘상장 후 회수시장’으로 굳어져 가고 있다는 점에서 좋지 않은 징조”라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최대주주가 변경 건수 증가로 투자자 피해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대주주의 이탈 이후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을 추진할 세력이 사라져 다시 주가가 급락하는 기업이 많기 때문. 지난해 금융감독원이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년간 최대주주가 변경된 상장사 394곳을 조사한 결과, 절반이 넘는 202곳(51.3%)이 상장폐지나 관리종목 지정, 당기순손실, 자본잠식률 50% 이상 발생, 횡령·배임 사건에 휘말린 것으로 조사됐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 대주주 지분매각과 관련한 시장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 연구위원은 “미국의 경우 기존 대주주가 1% 이상의 주식을 대량판매하는 경우, IPO(기업공개)에 준하는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도록 강제하고 있다”면서 “국내에서도 ‘왜 파는지’에 대해 일반 투자자들이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