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사업의 공정한 거래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만들어진 가맹사업거래의공정화에관한법률(일명 가맹사업법)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 법은 가맹본부와 가맹점사업자가 대등한 지위에서 상호보완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2002년 5월 만들어졌다. 그러나 부당한 비용 전가와 오너리스크 등 가맹본부의 잇따른 횡포에 가맹점은 여전히 ‘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성추문 논란을 일으킨 최호식 ‘호식이두마리치킨’ 회장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이미 매출이 반 토막이 난 가맹점의 피해를 보상할 법적 제도는 전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 관계자는 “가맹점주들이 모여 단체로 오너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추진하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며 “오너의 추문이 가맹점의 금전적인 손실에 직접적인 원인이란 것을 객관적으로 증명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브랜드 이미지에 따라 생업의 매출이 결정되는 가맹점주들에 대한 피해 보상 제도가 미흡하다는 것. 이를 보완하기 위한 법적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4월 정우현 미스터피자 회장의 건물 경비원 폭행 사건 이후 가맹점 60여 곳이 문을 닫은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마련된 가맹사업법도 가맹점주를 보호해 주지 못한다. 지난해 공정위가 배포한 홍보자료 ‘가맹사업자가 알아야 할 7가지 필수사항’을 보면 가맹사업법은 가맹점사업자의 권익보호를 위해 다양한 장치를 규정하고 있다. △부당한 점포환경 개선 강요 금지 △부당한 영업시간 구속 금지 △부당한 영업지역 침해 금지 △부당한 손해배상의무 부과 금지 △광고·판촉비용 집행내역 통보 의무 부과 △10년간 가맹계약갱신요구권 보장 등이 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죠스푸드는 점포 리뉴얼 비용 일부를 가맹점들에 떠넘기다 최근 공정위로부터 1900만 원의 과징금 제재를 받았다. 죠스푸드는 ‘죠스떡볶이’라는 상호로 분식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는 가맹본부다.
이에 프랜차이즈 업계는 오는 10월 도입될 ‘징벌적 손해배상제’에 주목하고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기업의 불법 행위로 발생한 손해에 대해 피해보다 더 많은 금액을 배상하는 제도다. 가맹본부의 허위·과장 정보제공, 부당한 거래거절(갱신거절·계약해지 등)로 가맹점 사업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가맹본부가 그 손해의 3배 범위에서 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
예비 창업자와 가맹점주들 사이에선 손해배상제 도입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최근 기업 소유·경영자의 일탈이나 추문과 관련된 내용은 없어 이에 대한 법적 보호도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갑질 문제는 그나마 있는 법도 실질적으로 집행되지 않는 데에 문제가 있다”며 “문제가 일어나기 전에 가맹본부는 가맹점 사업자에게 무엇보다도 정확한 정보와 상권분석을 제공하고, 가맹점도 상호 이익을 위해 무한정 손해배상이란 오해는 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부도 불합리한 제도를 바꾸려고 팔을 걷어붙였다. 프랜차이즈 지원사업을 가맹본부와 가맹점이 이익을 함께 나누는 이익공유형 중심으로 전면 개편하기로 한 것. 중소기업청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13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이익공유형 프랜차이즈 육성사업’의 선정 업체들과의 협약을 체결하고 간담회를 개최했다.
중기청은 이날 간담회에서 “내년에는 프랜차이즈 지원사업 체계를 이익공유형 중심으로 전면 개편할 계획”이라며 “이익공유형 상생협력이 프랜차이즈 산업의 육성 방향이라는 인식이 업계에 자리 잡아 공정거래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익공유형은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와 가맹점이 상생협력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올해 처음 추진됐다. 가맹본부와 가맹점이 사업운영 결과로 발생할 이익의 배당 방식을 미리 협동조합 정관 또는 가맹계약서에 ‘이익공유 계약 항목’으로 명시하는 게 핵심이다.
주영섭 중소기업청장은 “프랜차이즈 시장의 상거래 질서 회복을 위해서는 제도 강화에 더해 실제로 이익을 공유할 수 있는 상생모델을 만들어 가야 한다”며 “이익공유형 프랜차이즈 육성사업을 더 확대하고 컨설팅·자금·마케팅 등을 연계해 상생협력의 실제 사례들을 육성함으로써 공정거래 문화를 정착시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