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 일주일째를 맞는 날,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에서 보수 단체인 ‘국가유공자 1급 중상이 용사회’가 홍준표 대선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습니다. 이날 회원들 대부분이 휠체어를 타고 한국당사를 찾았는데요. 이들은 ‘한반도의 안보 위기’를 강조하며 홍준표 후보의 당선 당위성을 강하게 주장했습니다.
이날 지지선언문을 낭독한 류명하 사무총장은 힘들게 전동 휠체어의 도움을 받아 자리에 올랐습니다. 그는 지지 선언문을 읽기 버거울 만큼 호흡곤란을 겪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 더하여 자유한국당 브리핑실도 문제였습니다. 휠체어에 몸을 의지해 당사를 찾은 이들은 브리핑실의 높은 단상을 힘겹게 넘었던 것이지요. 일부 회원들은 한국당 직원 2~3명의 도움을 받아야 단상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기자들에게, 한국당원들에게 아무렇지도 않았던 낮은 단상이, 이들에게는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습니다.
공식 선거운동 시작 나흘째였던 20일은 ‘장애인의 날’이었습니다. 후보들이 장애인 복지와 일자리 등을 강조하며 지지를 호소했습니다. 자유한국당 선대위 측도 홍준표 후보가 제시한 장애인 복지정책 공약을 발표했습니다. 장애인 연금 부가급여 인상과 건강주치의 도입, 재활치료와 체육 프로그램 보급 등이 골자였습니다. 여러 가지 장애인 공약이 나왔지만, 정작 자유한국당사의 시설은 장애인에게 그리 친절하지 못했던 것이지요.
사정은 다른 후보도 마찬가지입니다. 문재인 민주당 후보는 장애인의 날을 맞아 장애인 행사장을 찾았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습니다. 문 후보의 유세차량이 ‘장애인전용 주차구역’을 버젓이 점령했기 때문이지요. 현장에 참석했던 관계자들에 따르면 행사에 참석했던 장애인들은 행사장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주차하고, 휠체어를 포함한 보행보조기구에 의지해 행사장까지 어렵게 이동해야 했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민주당 측은 곧바로 ‘유감’을 전했습니다. 그러나 상대 후보가 이를 놓칠 리 없지요. 경쟁각을 세우는 국민의당이 특히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김유정 국민의당 대변인은 “상식도 기본 배려도 없는 행동”이라며 “문 후보는 장애인 주차구역을 점령하고, 축사에는 각종 장애인 공약을 늘어놓았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습니다.
이미 안철수 후보가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해 국민 누구나 기본적인 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는 국민기본생활보장복지를 갖추도록 하겠다”고 강조한 마당에 더없이 강한 공세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민주당과 국민의당, 자유한국당 3곳 가운데 장애인이 브리핑실 단상에 가장 접근하기 어려운 곳이 국민의당 브리핑실입니다. 대선 후보의 허울만 좋은 선심 공약도 문제이지만, 이를 발표하는 정당도 진정성 있는 장애인 배려 시설부터 갖추고 손발을 맞춰 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