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코스피지수가 2100선을 뚫으면서 대형주만 살아남았던 증시에서 중·소형주가 간만에 치고 올라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하반기로 가면서 대형주와 경기민감주 중심으로 다시 상승세가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이미 주가가 많이 오른 상태지만, 3월 글로벌 이벤트로 인한 조정 시점마다 유망 상품을 매수하면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아직도 시장은 ‘대형주’ 중심…‘니프티 피프티’ 온다 =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시장 중형주지수는 연초(1월 2일) 대비 0.25% 상승했다. 2월 중 코스피지수가 2100선을 넘어선 때를 기준으로 보면 중형주지수가 2562.15포인트까지 올라 두 달 만에 3% 가까이 뛰었다. 소형주지수도 1월 한 달 동안 3% 수준의 상승세를 보였다.
간만에 증시가 ‘박스권’을 탈출하면서 지난해 삼성전자를 필두로 대형주만 득세하던 장세에 변화를 감지하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지난해 말 평균 50만~60만 주 수준이던 코스닥시장 거래량도 연초 이후 80만~100만 주 수준으로 늘었다.
그러나 아직 시장의 색깔이 바뀌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 대형주지수는 지난 2일 2032.41포인트까지 오르며 2015년 6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초 이후 상승세는 4.71%로 중형주와 소형주보다 높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매크로, 심리, 수급 측면에서 경기 민감·대형주의 상대 우위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어질 것”이라며 “중·소형주로 시장의 색깔이 바뀌기보다는 오히려 한국판 ‘니프티 피프티(Nifty Fifty)’ 장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니프티 피프티는 1969년부터 1973년까지 미국 우량주 50여 개의 상대 성과가 우세했던 대형주 장세를 말한다. 글로벌 경기 선행지수 상승과 교역량 증가, 한국의 수출 규모 상승 등으로 ‘경기 민감·수출·대형주’ 모멘텀은 하반기까지 계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경기 방어·내수·중소형주’를 이끌 국내 경제 정책이나 소비심리, 시중통화량(M2) 증가율은 아직 약한 상황이다.
김 연구원은 “수급 면에서도 중소형주는 여전히 차익 실현을 기다리는 매물이 많다”면서 “3월 글로벌 이벤트들로 지수가 하락하는 시점을 대형주 비중 확대 기회로 삼는 것이 적절하다”고 강조했다.
◇3월 이벤트 앞두고… 주목할 펀드는 = 이번 달에는 트럼프 정부의 예산안 발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중국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절차 개시와 프랑스 4월 대선 불확실성까지 포진해 있다. 전문가들은 이벤트 시기에 대형주 관련 펀드 주가가 흔들리는 틈을 타서 관련 상품을 매수할 것을 조언하고 있다.
6일 한국펀드평가 펀드스퀘어에 따르면, 국내 액티브 주식 유형에서 1개월 수익률이 가장 높은 펀드는 ‘KB삼성&현대차그룹플러스(자)(주식)A’로 4.36% 수익을 내고 있다. 이어 ‘KB중소형주포커스(자)(주식)A’ 펀드 수익률이 3.86%다. 이 펀드는 이름에 중소형주 투자를 표방하고 있지만, 실제 편입 종목은 컴투스, 현대차2우B, 휠라코리아, SK, 한국전력, CJ 등이다. 단순 규모보다는 기업분석을 바탕으로 저평가주를 편입한 것이다.
이외에도 △KB밸류포커스(자)(주식)C △한국밸류10년투자100세행복(주식)(A) △한화코리아레전드중소형주(자)(주식) 등 가치주에 장기투자하는 펀드들이 연초 성과가 훌륭했다. 주로 편입한 종목들은 삼성생명, 대한항공, 현대차, SK텔레콤, 메리츠화재 등 시가총액이 1조 원이 훌쩍 넘는 대형주들이었다.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펀드의 상승세는 더 컸다. △미레에셋TIGER200헬스케어증권 ETF(주식) △삼성KODEX운송증권 ETF(주식) 등 상장지수펀드(ETF)는 최근 한 달간 9%대 수익률을 기록했다. △삼성ELS인덱스(자)HE-1(주식-파생)-A △한국투자ELS지수연계솔루션(주혼-파생)(A) 등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펀드들도 주가 상승에 따라 상환 조건 달성이 쉬워지면서 5%대 수익을 거뒀다.
A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코스피지수가 상승하면서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져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11주 연속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지만, 이때 다시 하반기를 노리며 자금을 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관들도 자금 집행에 나서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