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제약업계는 세계적으로 발기부전치료제를 가장 많이 배출했다. 전 세계적으로 비아그라, 시알리스, 레비트라 등 3종의 발기부전치료제가 팔리는 상황에서 동아에스티(자이데나), SK케미칼(엠빅스), JW중외제약(제피드) 등이 속속 토종 발기부전치료제 개발에 성공했다. 국내제약사가 개발한 국산신약 25개 중 3개가 발기부전치료제다. 토종 발기부전치료제 중 일부 제품은 국내에서 연 매출 100억원을 훌쩍 넘기며 상업적 성공에 근접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동반 부진에 빠졌다. 저렴한 복제약(제네릭)의 습격에 국산신약 제품들도 역풍을 맞았다.
3일 의약품 조사 업체 IMS헬스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발기부전치료제 시장 규모는 969억원으로 전년(1162억원)보다 16.6% 감소했다. ‘비아그라’에 이어 ‘시알리스’의 특허만료에 따른 저렴한 제네릭 제품이 무더기로 등장하면서 전체 시장 규모도 축소된 것으로 분석된다.
품목별 매출을 살펴보면 한미약품의 비아그라 제네릭 ‘팔팔’이 179억원의 매출로 전체 1위를 기록했다. 전년대비 5.8% 감소했지만 오리지널 제품 ‘비아그라’(107억원)를 멀찌감치 따돌렸다.
릴리의 ‘시알리스’(99억원), SK케미칼의 ‘엠빅스S’(72억원), 종근당의 ‘센돔’(68억원), 동아에스티의 ‘자이데나’(59억원) 등이 50억원 이상의 매출로 상위권에 랭크됐다. 종근당의 경우 과거 바이엘과의 업무제휴로 ‘레비트라’의 쌍둥이 제품 '야일라'를 판매하면서 비아그라 제네릭 시장에 진출하지 못했지만, 업무제휴를 청산한 이후 시알리스 제네릭 시장에 진출하면서 의미있는 성과를 거뒀다.
발기부전치료제 시장에서 비아그라와 시알리스의 제네릭 제품들이 약진한 반면 오리지널 의약품의 쇠락이 두드러졌다. 제네릭 제품의 저가 공세에 오리지널 제품들이 시장을 잠식당했다. 비아그라·시알리스 제네릭 모두 오리지널 제품 가격의 20% 안팎에서 가격이 형성됐다.
화이자의 비아그라는 지난해 매출 100억원을 간신히 넘었지만 전년대비 10.7% 하락했다. 2012년 특허만료에 따른 제네릭 등장 이후 하락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비아그라의 매출은 지난 2011년 399억원에서 5년 만에 무려 73.2% 줄었다.
릴리의 시알리스는 지난해 99억원의 매출로 2015년 208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2015년 9월 특허 만료 이후 제네릭 제품들이 쏟아지면서 매출이 급감했다. 시알리스는 지난 2011년 337억원을 기록했지만 2012년 비아그라 제네릭의 등장에 매출이 하락세를 기록했고, 시알리스 제네릭 발매 이후에는 매출 하락 폭이 더욱 커졌다.
저렴한 제네릭의 등장에 토종 발기부전치료제들도 속절없이 무너졌다. 현재 국내에는 동아에스티의 ‘자이데나’(2005년 허가), SK케미칼의 ‘엠빅스’(2007년 허가), JW중외제약의 ‘제피드’(2011년 허가) 등 3개의 국산 신약이 발매됐는데, 이들 제품 모두 비아그라·시알리스 제네릭의 공세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그라니 2012년 비아그라 제네릭 발매의 여파로 매출 상승세가 꺾였고, 매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동아에스티는 제네릭의 저가 공세에 지난해 초 자이데나의 가격을 60% 가량 인하하며 맞불을 놓았지만 반등에는 실패했다.
SK케미칼은 지난 2011년말 알약 형태를 얇은 필름 형태로 바꾼 엠빅스S를 내놓으며 반격을 모색했고, 그 결과 2014년 처음으로 엠빅스와 엠빅스S가 100억원 이상을 합작했다. 하지만 상승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2015년 시알리스 제네릭의 등장으로 매출이 하락세로 돌아섰고 지난해에는 76억원으로 축소됐다.
결국 국내업체들이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 개발한 토종 발기부전치료제들이 국내사들의 저렴한 제네릭에 밀려 시장에서도 경쟁력이 악화되는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제네릭 개발 비용은 생물학적동등성시험 비용을 포함해 1억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발기부전치료제는 애초부터 오리지널 의약품의 가격이 1만원대로 높게 형성돼 제네릭 제품들이 가격을 떨어뜨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고,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의약품이어서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제네릭 제품의 점유율이 확대될 수 밖에 없다”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