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박근혜 대통령의 부패 스캔들에 휘말려 전격 구속되고 나서 주요 외신 대부분이 삼성그룹이 총수 부재로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경제전문매체 포브스는 17일(현지시간) 이 부회장의 구속에도 삼성은 괜찮을 것이라며 오히려 전체 시스템을 개선할 기회가 왔다고 보도했다.
롤러코스터에 타는 것과 같은 스릴을 맛보고 싶은 투자자라면 삼성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포브스는 꼬집었다. 최근 6개월 간 삼성전자는 두 개의 스캔들에 요동쳤다. 하나는 갤럭시노트7의 발열과 화재로 인한 리콜 사태이며 다른 하나는 삼성그룹의 총수인 이재용의 구속이다.
삼성은 박 대통령의 논란 많은 측근인 최순실에게 3800만 달러에 달하는 뇌물을 주고 그 대가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에 대한 규제당국의 승인을 얻어내 이 씨 가문의 그룹에 대한 지배력 강화를 꾀했다고 포브스는 소개했다. 이어 이는 매우 부도덕한 사안이며 한국 국민이 박근혜 대통령을 둘러싼 부패 혐의로 좌절한 가운데 이 부회장의 구속은 재벌에 대한 급진적인 개편으로 나아갈 수 있는 단계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포브스는 이것이 나쁜 것이 아니라고 단언했다. 오범의 대니얼 글리슨 선임 애널리스트는 “이는 기회의 순간”이라며 “근본적인 개선을 원하는 규제당국과 투자자들에 더 큰 신뢰성을 부여해 (삼성의) 시스템 전반을 면밀하게 살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포브스는 삼성과 투자자들의 관계가 좋아지는 것도 이 부회장의 구속에 회사가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믿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삼성은 행동주의 투자자인 폴 싱어가 이끄는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를 1년 넘게 상대하고 있다. 엘리엇은 삼성전자를 분사한 뒤에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나누는 지배구조 개편을 요구했다. 이렇게 하면 주주들에게 매우 중요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 엘리엇의 주장이다. 삼성은 이 사안을 전략적으로 검토하기로 엘리엇과 합의했다.
또 삼성은 1년 전 견실한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했으며 이후 지금까지 삼성전자 주가는 60% 이상 상승했다. 이는 같은 기간 35% 오른 애플보다도 좋은 성적이다. 심지어 지난 1개월간 이 부회장 구속 우려가 커졌음에도 주가는 계속 올랐으며 구속 당일인 이날 삼성 주가는 0.4% 밖에 빠지지 않았다.
삼성은 지난 2008년 이재용의 부친인 이건희 회장이 비자금과 불법 경영권 승계 논란에 따른 특검 조사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을 때 지금과 같은 위기를 맞이했으나 이를 잘 극복한 이력도 있다.
에디슨리서치의 리처드 윈저 선임 애널리스트는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이재용이 감방에 가서 다시 삼성전자 보스가 되지 못할 수도 있다”며 “그래서 무슨 문제라도 있는가”라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