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진 대기자의 현안진단』
퇴직을 앞둔 한 지인한테서 전화가 왔다.
집이 너무 헐어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다세대주택을 사서 세를 놓는 재테크를 하고 싶은데 괜찮겠느냐고 물었다.
왜 하필이면 헌 주택을 투자 타킷으로 삼느냐고 말했다.
여유자금이 1억원 좀 남짓해서 그 돈에 맞추다보니 그렇게 됐다고 대답했다.
좋은 지역의 아파트면 좋겠지만 자금이 따라주지 못하니 싼 집이라도 사 놓고 싶은 거다. 더욱이 저축금리가 1%대여서 은행에 돈을 묻어두는 것보다 집이라도 하나 구입해 놓는 게 더 유리할 것 같아서다.
대충 생각하면 그 말이 맞는듯 하다. 헌집이지만 시간이 흐르면 가격이 오르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맞다. 집값보다 땅값이 올라 자산 가치는 향상된다. 게다가 새집보다 적지만 얼마간의 월세도 나온다. 그 돈으로 노후생활비에 보태려는 의도다.
이런 생각을 하는 수요자가 요즘 부쩍 많아졌다. 갖고 있는 여윳돈은 대개 1억원 가량이다. 이런 금액대로는 동네에서 흔히 빌라라고 부르는 헌 다세대주택 정도밖에 없다.
지금까지는 지은 지 10년이 넘은 주택은 인기가 별로 없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건물이 낡아 수리비가 더 들어가기 때문이다. 가격도 잘 오르지 않는다. 게다가 주변에 새집이 자꾸 생겨 세 놓기도 마땅치 않다.
빌라형 다세대주택은 시간이 흐를수록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기 십상이다. 1990년대에 지은 붉은 벽돌집이 바로 그런 유형이다. 20년이 넘어 외관과 내부 모두 볼품이 없다. 어떤 곳은 너무 헐어 빈 집이 되기도 한다. 집이 모자란다는 서울에도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이 8만 가구에 이른다고 한다.
재개발이나 재건축을 하면 안 되느냐고 하겠지만 채산성이 떨어져 어렵다.
그래서 이런 주택은 가격이 떨어진다. 다른 곳은 올라가는데 값이 떨어지니 집 주인 입장에서는 정말 속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음지의 주택이 햇볕을 보게 됐다. 최근 국회가 ‘빈집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을 마련해서 그렇다.
국토교통부가 공식적으로 공포를 하면 1년 뒤 시행에 들어가게 된다.
주요 내용은 이렇다.
2가구 이상 동의를 하면 다가구를 포함한 단독주택이나 다세대주택을 자율적으로 정비가 가능하다. 20%의 용적률 혜택을 받아 재건축을 할 수 있다는 소리다.
단독주택과 공동주택을 합쳐 20가구 이상 재건축의 길도 열린다.
이른바 소규모 주택 정비 사업의 하나다. 이 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용적률을 포함한 각종 지원 혜택이 주어진다.
물론 이 법이 생긴다고 노후 주택가에 개발 바람이 분다는 소리는 아니다. 서로 이해관계가 맞는다든가 사업의 채산성이 있다면 얼마든지 새집으로 바꿀 수 있다는 의미다.
미니 도시재생사업으로 불리는 빈집및 소규모 주택 정비사업이 본격화하면 그동안 소외됐던 헌 주택의 주가도 올라가게 된다.
지금은 자산가치가 더 떨어질까 봐 선뜻 투자하는 사람이 없었으나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나왔으니 투자수요가 늘지 않을까 싶다.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곳이어서 투자 붐이 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서울 변두리 권에는 1억5000만원 이하의 방 2~3개짜리 헌 빌라가 즐비하다. 이들 주택은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40만~45만원을 받고 있다. 투자금액 대비 수익률은 3~4%대로 그렇게 나쁘지 않다. 주택가격만 떨어지지 않는다면 투자가치가 있다는 소리다.
소규모주택 정비법 마련된다 해서 헌 집은 다 혜택을 보는 것은 아니다.
위치와 교통 등을 따져 발전 가능한 곳을 선택해야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