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 골퍼]김민철 엠씨스홀딩스 회장 “한국에도 세계적 골프웨어 하나쯤은…”

입력 2017-01-20 10:48 수정 2017-01-20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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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케이슨 뉴질랜드 레이디스 오픈’메인 스폰서 계약… 리디아 고와 ‘LK라인’ 파트너십 ‘신의 한 수’

▲리디아 고와 김민철 회장이 골프웨어 디자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리디아 고와 김민철 회장이 골프웨어 디자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지난해 11월 뉴질랜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맥케이슨 뉴질랜드 레이디스 오픈’의 메인 타이틀 스폰서 계약이 이루어졌다. 뉴질랜드 현지 언론에서 대서특필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맥케이슨 브랜드나 로고를 보면 뉴질랜드나 미국 혹은 유럽의 기업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메인 스폰서로 나선 기업은 한국의 글로벌 어패럴 회사였다.

누가 이런 생각을 했을까. 엠씨스(MC’S)홀딩스의 대표 김민철 회장(42)이 주인공이다.

“이제 섬유강국이었던 한국에도 세계적인 브랜드 하나쯤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김 회장이 브랜드 사업을 결심하게 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다. 쉽지 않게 시작했고, 어렵게 15년이나 이끌어 왔기에 승부수를 던질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다. ‘갬블’을 할 바에야 이왕이면 글로벌로 가자고 ‘큰 그림’을 그렸다. 이를 위해 장고(長考)에 들어갔다. 그는 10년, 30년 50년 후를 내다보고 목표를 설정한 뒤 치밀한 계획을 세웠다.

역시 스포츠웨어 중 ‘블루오션’인 프리미엄 골프웨어에 시선을 돌렸다. 일단 결심하니까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실행할 일만 남은 셈이다. 그동안 시간 단위로 변화하는 옷 사업의 특성을 체득한 탓인지 ‘동물적 감각’이 작동했다.

눈을 돌린 곳이 뉴질랜드다. 마침 뉴질랜드에 세계적인 골프스타 리디아 고(20·한국명 고보경)가 있었다. 좋은 예감이 들었다. 김민철 회장은 ‘신(神)의 한 수’를 둔 것이다.

그러고는 바로 리디아 고를 끌어들였다. 단순한 계약 선수가 아니다. 아예 ‘LK라인’을 만들어 파너트로 간다는 전략이다. 나이키가 타이거 우즈(미국)와 함께 한 것처럼.

그가 선보일 작품은 맥케이슨(McKayson). 엠씨스홀딩스의 엠씨스스포츠에서 론칭 중인 브랜드다. 회사 이름도 나름 이유가 있다. 그의 이름 민철, MC에서 따왔다. 주위에서 이니셜을 MC를 따 늘 ‘엠씨’라고 불렀다. 회사 이름은 그렇게 정해졌다.

어찌 보면 그는 옷 사업과 사실 관계가 없어 보인다. 통계와 수학을 좋아했던 그는 홍익대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했고, 의류 회사에 취업해 효율적인 생산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맡았다. 경영에 관심이 많아 고려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중국에서 프레젠테이션을 자주 했고, 덕분에 프로젝트를 도맡아 했다. 그러던 중 3년이 지나서 중국 상하이에서 의류회사 파트너를 만났고, 사업제안을 받았다. 2006년 독립했다. 이때가 32살이었다.

외모 이야기를 잠깐 하자. 그는 수염을 기르고 삭발을 했다. 이유가 뭘까 궁금했다.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 사업파트너들이 너무 어리게 봤다. 그래서 나이 좀 들어 보이려고 삭발을 하고 수염을 길렀다.” 이것이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특히 외국 바이어를 만날 때 효과를 발휘했다. 한국인보다는 중국인에 가깝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엠씨스홀딩스 김민철 회장(왼쪽)과 리디아 고. 사진=JNA 정진직 포토
▲엠씨스홀딩스 김민철 회장(왼쪽)과 리디아 고. 사진=JNA 정진직 포토

그가 사업을 이끌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의 입에서 답이 바로 나왔다. 대뜸 “갑질”이라고 했다. 외국의 글로벌 기업들의 주문자 상표부착(OEM)으로 수출하면서 매번 시달렸다. 그들의 요구 조건은 간단명료했다. ‘무조건 품질을 최상, 가격은 최하’를 요구했다. 수출 상담을 할 때마다 진땀을 흘렸다. 그러면서도 맥케이슨 글로벌을 설립한 첫해 1200만 달러를 수주했고, 2012년부터 2015년까지 4년 연속 1억 달러를 돌파했다. 그의 주 거래처는 월마트, 콜스, 메이시, 갭, 올드네이비, ANF 등 글로벌 브랜드였다. 그가 만든 의류는 연간 2만3000톤이며 이를 수량으로 환산하면 5000만 피스에 달한다.

그가 처음 클럽을 잡은 것은 2006년 홍콩의 사업 파트너들을 골프장에서 만난 이후. 그는 왼손잡이 골퍼다. 외국에는 흔하게 있지만 국내에서 왼손잡이가 골프하는 것은 결코 쉽지가 않다. 타석이 없는데다, 자꾸만 연습하는 것을 쳐다봐 민망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특히 다른 사람과 등을 돌리고 볼을 치는 것이 어색했다. 정규 레슨도 제대로 받아보지 못해 거의 독학이었다. 연습장보다 실전에 더 시간을 투자했다.

해프닝은 코스에서도 종종 일어난다. 그가 훅이 나는 것은 슬라이스 방향이고, 슬라이는 훅으로 말린다. 오른손잡이와 정반대다. 이 때문에 캐디가 방향을 잘못 잡아주면 OB나기가 일쑤다. 또한 그린에서 캐디가 라인을 맞춰 볼을 놓아주면 홀과 엉뚱한 방향으로 굴러가기 일쑤다. 이런 것을 극복하고 아시아나컨트리클럽에서 친 81타가 베스트스코어다. 이 타수로 친구들에게 ‘격려’ 차원에서 받은 싱글패가 유일한 상이다.

그가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브랜드가 성공하려면 상생이다. 공동마케팅이 중요하다. 원재료가 원활하게 공급될 수 있는 연합체를 만들어야 한다. 유통 역시 원하는 시간에 제품이 도착할 수 있는 체인망을 구축하고 있다. 국내 10개, 해외 10개 정도 업체와 업무협약을 진행 중이다. 구상대로 진행된다면 좀 더 빠른 시일 내에 제품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성공한 브랜드 중에 익숙한 해외 브랜드를 손에 꼽았다. 한국에 라이선스를 들여와서 한국시장에 맞도록 재가공하면서 성공한 의류기업으로 일본 ‘유니클로’, 스페인 ‘자라’를 예로 들었다.

김민철 회장은 “한국을 빛낼 패션, 섬유 브랜드가 반드시 생겼으면 좋겠다.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관련 기업과 함께하면서 이익과 비전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우리나라에도 ‘맥케이슨’이라는 브랜드가 있고,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새해 소망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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